"노력 중" "개선 중"…끝장 못 본 음원 사재기·추천제 논란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 열려…사재기 근절 대책 등 논의

(사진=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제공)
"노력 중입니다." "개선 중입니다."

토론은 길었지만, 속 시원히 끝장을 보진 못 했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디지털 음악산업 발전 세미나'에 대한 이야기다.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주최로, 13일 오후 3시 상암동 디지털 매직 스페이스 12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지속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 산업을 조망하고, 음악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에 필요한 주요 아젠다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최근 음악 업계의 화두인 '음악 추천 서비스', '음원 사재기' 등과 관련한 '끝장 토론'을 진행할 것임을 예고해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날 토론 발제자로는 경희대 김민용 교수가 나섰다. 김 교수는 지난 2012년 '온라인 디지털 음원 유통업체의 추천시스템 구조분석 및 파급효과 분석에 대한 연구' 등의 연구조사를 통해 음악업계의 폐해를 지적해왔다.


김 교수는 "디지털 음원차트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음악 서비스 사이트의 추천곡 제도를 폐지 또는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석 결과 끼워팔기식 추천곡이 랭킹차트를 왜곡하고 있으며, 공인차트인 가온차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추천곡의 선정 원칙과 선정 과정을 공개하거나 추천곡은 랭킹차트가 아닌 곳에서만 허용해야 추천곡 제도가 투명하게 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차트 역시 개선해야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1시간 단위로 '반짝 1위'를 생산해 차트의 신뢰성을 손상시킨다"면서 "이 같은 반짝 1위를 기반으로 방송, 행사섭외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기간의 노력으로 순위를 높일 수 있는 구조가 음원 사재기를 조장한다"며 "다운로드 차트와 스트리밍 차트를 구분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추천제 폐지해야" vs "필요한 제도"

이어 진행된 토론에는 음악사이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박진규 대외협력실장, 가수이자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인 신대철, 엠넷닷컴을 운영하는 CJ E&M 음악사업부문 이동헌 디지털뮤직사업부장, 국제음반산업협회 한국지부의 이채영, 헤럴드경제 엔터테인먼트팀 정진영 기자가 참석했다. 발제자인 김 교수도 함께했다.

먼저 추천제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국제음반산업협회 한국지부 이채영 씨는 "추천제가 안타깝게도 몇몇 유통사와 연계된 권리사가 특혜를 보는 시스템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와 달리 한국의 경우 특정 사업자가 자사가 유통하거나 투자한 음원을 1차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진영 기자의 경우 "추천제의 가장 큰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며 추천 방식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신대철은 "절대적인 시장 지배를 하고 있는 플랫폼이 자사가 투자한 곡을 추천곡으로 올리는 것은 불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멜론 박진규 대외협력실장은 "추천제는 폐지해야 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콘텐츠의 양이 많아지면서 어떤 음악이 시장에 나와있는지, 누가 어떤 음악을 만들었는지 알기 어렵고, 노출시킬수 있는 공간도 한정되어 있다"면서 "추천곡이 반드시 순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CJ E&M 이동헌 디지털뮤직사업부장의 경우 "추천제도에 대한 많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정하면서 "엠넷닷컴 역시 건전한 유통환경을 만들고자 조금씩 변화중이며, 실시간 차트를 고객들이 선택해서 없앨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멜론 측은 "무작위로 추천곡을 노출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박 실장은 "로엔도 마찬가지고 다른 플랫폼 역시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상식적인 수준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겠지만, 무작위 제비뽑기식 추천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라면서 "10억 이상을 투자한 곡과 10분 만에 만든 곡을 똑같이 추천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음원 사재기 막아야" 한 목소리…'실시간 차트 폐지' 두고선 '이견'

최근 화두로 떠오른 음원 사재기 논란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먼저 김 교수는 "발견하기 쉽지 않은 방식으로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어 이를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스트리밍을 제외한 다운로드 차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멜론 박진규 실장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스트리밍 위주로 바뀌고 있다"며 "스트리밍을 차트에서 제외하는 것이 오히려 왜곡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신대철은 "실시간 차트를 없애면 음원 사재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멜론 측은 "실시간 차트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 음악 시장으로 끌어드리는 순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토론자들 모두 "음원 사재기를 막아야 한다"는 것에는 뜻을 같이 했다.

멜론과 엠넷닷컴 측은 "100%는 아니지만, 사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상태"임을 자부했다. 부정 이용을 방지할 수 있는 로직이 마련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CJ E&M 이동헌 디지털뮤직사업부장은 "팬덤에 의한 자발적인 움직임인지,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각 유통사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아이디를 공유하거나 시스템 노하우를 한 데 모으면 음원 사재기를 막는 데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면서 "'실시간 차트 1위'라는 용어로 홍보하지 못 하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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