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문제 제기가 이어졌던 이 교과서는 지난 2013년 최종승인 후 추가 수정된 751건을 포함해 같은 해에만 모두 2,112건의 오류가 수정됐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은 "문제가 됐던 부분이 모두 수정됐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CBS노컷뉴스와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실이 개정된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식민지근대화론적 사관, 5·16 군사 쿠데타 미화 등 이전에 논란이 제기됐던 문제들이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일부 단어 '말 바꾸기'…여전한 '식민지근대화론'
2014년 3월 개정된 교학사 교과서 '일제강점기의 사회경제적 변화' 단원은 한 장의 사진을 제시하며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이는 당시 곤궁한 삶을 살고 있던 한국인들이 일제의 '신문물'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으로, 한국이 일제 덕에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뒷받침한다.
지난 2013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이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정홍원 전 총리는 "오류가 있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여전히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이 교과서는 또 "1930년대에는 공업 중심지에서 새로운 도시들이 '식민지적 요구'에 의해 성장했다"며 "식민 도시들은 일제 지배가 지속되면서 교통과 유통의 중심지가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사회 변화 및 사회의식의 고양을 민족의 열악한 환경과 관련하여 설명하는 것' 역시 여전히 학습 목표로 적시돼 있었다.
'쌀 수탈'이 아니라 '쌀 수출'로 표기돼 논란이 된 부분 역시, "쌀 수출 시장의 호조"라는 어구에서 '수출'을 빼고 "쌀 시장의 호조"라고 얼버무렸을 뿐이다.
◇ 미화된 '5·16 군사정변'…한 학교선 교재로 사용중
박정희 시대 참고 자료에서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5·16 혁명공약'의 여섯째 공약은 당초 삭제돼 있었지만, 국회 등의 지적을 받은 뒤 지난 2013년 교육부 감정본에 추가됐다.
그럼에도 이 교과서에는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는 표현이 남아있다.
해당 단원에서는 "5·16 군사 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고 기술돼 있다.
이 역시 지난 2013년 10월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기술하고 일부에서 지지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발생 직후 미8군 사령관은 쿠데타 진압을 시도했다"고 지적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 국정교과서, '제2의 교학사 교과서' 될까?
이러한 교학사 교과서는 현재 유일하게 서울디지텍고만이 채택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
문제는 정부가 새로 발행할 국정 역사 교과서가 제2의 교학사 교과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다수 전문가로 집필진을 꾸리겠다"고 밝혔지만, 역사교육연대회의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집필 거부 선언에 나서는 등 대다수 학자는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했던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색채가 강한 학자들만 남아 국정 교과서를 집필할 공산이 크다.
이들이 국정 교과서 제작을 맡더라도 기존의 역사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공주대 역사학과 이명희 교수는 지난 2013년 9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단순 실수만 수정할 것이고, 역사관은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도종환 의원은 "정부는 교학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고 싶어 한다"며 "식민지근대화론, 친일불가피론, 독재불가피론으로 교과서를 만들고 싶다는 게 속뜻"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