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적한 '주체사상', 검인정 과정에서는 '문제없음'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일부 교과서 구절을 인용하며 '좌편향'이라고 몰아부치고 있지만, 정작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의 검인정 과정에서는 해당 부분에 대해 전혀 문제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사편찬위는 현재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을 맡고 있다.

국사편찬위는 직접 역사학계 전문가 등 15명을 검정심의회로 선정해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검정심의회 위원들의 심사 이후에도 수정심의회를 거쳐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와 국사편찬위가 직접 선정한 검정심의회는 최근 여권이 지적해 논란이 된 '좌편향 사례'에 대해 어떠한 수정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우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들며 수차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성출판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심의회의 '검정심사 수정보완 대조표' 일부(자료제공=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실)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고교 한국사 '검정심사 수정보완대조표'를 보면, 금성출판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검정심의회는 지도의 표기나 사진, 출처 등을 지적했을 뿐 주체사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여권으로부터 지적받은 천재교육의 교과서도 검인정 과정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일병합조약'으로 표기한 연표를 "'한국병합조약'이 일본의 침략성과 조약 체결의 강제성을 보다 잘 표현하는 용어"라며 '한국병합조약'으로 바꿀 것을 권고하거나, '5적 암살단'의 단체명을 자세히 쓰라고 요구하는 등 용어나 표현을 수정하라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6.25 발발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에 대해 일부 교과서에는 애매하게 남북 양쪽이라고 기술돼 있다"고 지목한 미래엔 교과서에 대해서도 검정심의회는 해당 부분을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

미래엔 교과서에 대해서는 '2. 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이라는 소제목을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 기준에 의거, '자유민주주의'를 중단원 제목 수준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음"이라며 '2. 자유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으로 바꾸라고 권고하는 등 도표나 표현에 대한 10가지 사항만 지적했을 뿐이다.

국사편찬위의 '검정심사 수정보완대조표'는 정부여당에서 언급한 소위 '좌편향' 내용은 지적하지 않았다.(자료제공=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실) 교과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미래엔 교과서에 대해 "6.25 당시 국군에 의한 양민학살 사례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북한의 학살은 소개하고 있지 않다"고 한 부분도 전혀 지적되지 않았다.

교과서 1차 검인정을 담당하는 공적 기관인 국사편찬위에서 '좌편향' 주장 부분에 대해 전혀 지적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곧 정부여당이 정치적 입맛에 따라 교과서 내용을 이념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도종환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검정심의회 위원들이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봐서 통과시킨 것을 위원 명단도 공개되지 않는 수정심의 과정에서 수정명령을 내리면서 의혹이 재생산됐다"고 비판했다.

수정명령은 교육부가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내용을 바꾸라고 직권으로 내리는 명령을 말한다.

도 위원장은 "심지어 여권에서 현재 지적하고 있는 부분들, 즉 검인정 과정에서 지적되지 않았지만 이후 교육부에 의해 수정명령을 받은 부분들은 모두 수정돼 현재 교과서에는 실려있지 않다"면서 "여권이 사실과 다른 논거로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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