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기술 이전요청, '면피성 이벤트' 되려나(종합)

한민구 국방, 한미 장관회담 때 요청키로…"美 입장에서는 생떼" 비관론 제기

한민구 국방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14일 오전 대통령 수행차 미국으로 출국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방미 기간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 전투기 핵심기술 이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 정부가 이전 거부를 확정한 상태에서 이를 뒤집을 우리 측의 명분이나 반대급부가 마땅치 않아 성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면피성 이벤트'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제 F-35 전투기 도입에 따른 절충교역으로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비(EO TGP), 전자파 방해장비(RF Jammer) 등 4개 장비 기술이전을 협상하다 미국 정부의 '불가' 입장을 확인하고 포기한 바 있다. 대신 이들 장비를 전투기에 체계통합하는 기술의 이전을 요구했다 지난 4월 승인거부 결정을 통보받았다.

한 장관은 카터 장관에게 이들 기술에 대한 이전 거부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이미 거부된 기술이 이전이 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는 서한을 카터 장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미국 측은 협조 요청문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은 상태다.

국방부 안팎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은 AESA 레이더 등 핵심장비 기술은 물론, 이들 장비를 전투기에 체계통합하는 초고도 기술을 외국에 이전한 사례가 없다. 일본의 경우도 F-2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면서 핵심기술 이전을 받지 못해 개발에 장기간이 소요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회 국방위 여당 관계자는 "이미 끝난 절충교역 협상을 다시 하자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한국형전투기 사업 뿐 아니라, F-35 도입사업에도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고, 국방위 야당 관계자도 "장관의 노력은 평가받을만 하지만, 우리가 제공할 반대급부가 무엇이냐에 따라 추가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 군사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은 한 장관의 행보를 '면피성 이벤트'로 규정했다.

진 의원은 "미국이 번복할 리도 없겠지만, 기술이전을 해준다고 해도 절충교역 협상을 또 해야 한다"며 "이는 국내 비판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나름대로 기술이전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고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 생각된다. 미국과 사전 조율이 돼서 꺼낸 얘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미국의 기술통제 제도 관련법은 어떤 예외도 허락하지 않는, 우리 국가보안법만큼이나 강력한 법"이라며 "협상이 다 끝난 사안을 이제 와서 다시 논의하자면 미국 입장에서는 생떼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또 "AESA 레이더 하나만 봐도,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그루먼이 27년 걸려 개발했고 정부예산은 560억달러가 들었다. 이런 기술을 거저 받기는 어렵다"며 "(한 장관의 요청 시도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했다'고 내세우려는 면피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투기 핵심기술의 가치가 큰 만큼, 우리 측에서 미국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의 국내도입을 반대급부로 내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가 앞서 "사드 문제는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미국 국방성(펜타곤)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양국 정상이 심층적 군사협력을 논의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야당 관계자는 "전투기 기술이전에 사드 문제가 연계되는 경우, 되로 받고 말로 주는 꼴이 된다. 중국의 반발이 뻔하고, 동북아 안보환경을 뒤흔들어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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