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이 극찬한 대안교과서…알고보니 '주체사상 교과서'?

국사편찬위 운영 사이트 "김일성은 독립운동가"

"주체사상은 철학적 원리, 사회역사원리, 지도원칙의 3개 부분으로 구성된다. 철학적 원리는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얼핏보면 정부여당이 좌편향적이라고 문제삼은 현행 역사교과서의 일부분 같지만, 사실은 박근혜 대통령이 극찬한 뉴라이트계열 교과서포럼에서 만든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2008년도 발간)라는 책에 기재된 내용이다.

CBS노컷뉴스가 15일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책을 살펴본 결과, 정부여당이 문제삼은 다른 역사 교과서보다 주체사상에 대해 가장 원문에 가깝게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사회역사원리는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대중에게 있다는 논리이다. 지도원칙은 혁명과 건설에서 자주적 입장과 창조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3대 원칙을 서술했다.

또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기 위한 지도적 지침은 사상에서 주체, 정치에서 자주,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 자위 등을 구현하는 것이다"라며 "창조적 입장을 견지하는 지도적 지침은 인민대중에 의거하는 방법, 실정에 맞게 하는 방법 등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책도 여느 역사교과서처럼 "주체사상은 북한 주민에게 김일성의 절대권력에 절대복종을 강요하였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지만, 정부여당의 잣대로 본다면 '가장'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5월 교과서포럼 창립 당시 축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보수단체의 대안교과서 뿐 아니라 교육부 산하 국사편찬위의 '우리역사넷'에서도 주체사상을 아주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국사편찬위는 교육부와 함께 국정화를 주도하고 있는 곳이다.

이 사이트에서 '주체사상'이라는 단어를 넣고 검색해보면, 교과서 이미지 자료 2건이 나오는데 정부여당이 문제삼을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하나의 사진은 1945년 8월15일 광복 직후 김일성 일가의 가족사진이다. 이에 대해 "가운데가 김일성이고 좌측의 어린아이는 어린시절의 김정일, 우측은 1949년 사망한 김일성의 부인 김정수이다"라는 설명이 있다.

그러면서 김일성에 대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8.15 광복이후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정치인이며 국가원수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항일 행적에 대해서도 "1931년 이후 만주 지역에서 중국 공산당 소속으로 항일 유격 투쟁에 참가하였다", "1937년 함경남도 혜산진의 보천보를 습격하여 이름을 널리 알렸다", "'천리마 운동'을 통해 전후 북한 경제 복구에 주력하였고, 이후 '주체사상'을 발표하여 북한의 통치 이념으로 삼았다"고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부정적인 평가는 "6·25 전쟁 이후, 북한의 연립 지배 체체를 구축하였던 소련파·연안파 사회주의자들과 남한 출신의 좌익 남조선노동당 계열을 숙청하여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하였다"라는 한줄이 전부다.

다른 사진은 '주체사상탑'인데 "1982년 4월 15일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맞이하여 평양 대동강변에 설치된 주체사상탑이다. 주체사상탑은 김일성의 유일 지배 체제를 상징한다"라고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어 탑의 높이 등 재원을 나열하면서 "탑의 정면에는 노동자·농민·인텔리를 형상화한 3인 군상이 세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주체사상에 대해선 "현재 북한의 모든 정책과 활동의 기초가 되는 공식 이념으로 김일성이 주창한 것"이라며 "그 철학적 원리의 기본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주체사상은 북한 주민의 사상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하였다"고 돼 있다.

또 "1965년 김일성은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라는 주체사상의 핵심 내용을 발표하였다"라며 사실만 기록했을뿐 부정적인 평가는 한줄도 나와 있지 않다.

새누리당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국사편찬위원회가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정부여당이 보수단체 대안교과서나 국사편찬위에서 주체사상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기술한데 대해선 문제삼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여권의 논리대로라면 이들 책과 사이트가 국가보안법이 적용될 사항이 아니냐"며 "국정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검인정을 마친 교과서를 트집잡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이 현행 역사교과서에 대해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며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사실과 무관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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