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로 학습 부담 준다?…"오히려 늘어날 수도"

일선 교사들, "수능시험에 지엽적인 문제 출제될 수도"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 국정화에 반대 발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사 교과서들이 놓여져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오는 2017년부터 중고등학생들이 배우게 될 한국사 국정교과서가 정부의 주장대로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정답이다.

교육부는 12일 국정화 방침 확정 발표 당시, 현재 각각 9종과 8종인 중학교 역사 및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1종으로 줄일 경우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한껏 부각시켰다.


교과서 개수가 하나로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다는 단순 논리다.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는 수험생들을 둔 학부모들로서는 귀가 솔깃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특히, 국정 한국사 교과서로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중학교 2학년을 둔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의 실질적 학습 부담이 현재와 별반 달라질 게 없다고 잘라 말한다.

수험생들은 수능을 치르기 위해 EBS 문제집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단순히 교과서 수가 줄어든다 해서 지금보다 학습부담이 결코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수능 시험의 EBS 교재 연계 출제율은 70% 정도에 이른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이사는 "한국사가 국정화가 되든 검인정이 되든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이지, 수능이라든가 교육적인 문제하고는 전혀 독립적인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선 역사교사들은 다시 국정체제로 돌아갈 경우, 사실 하나 하나를 외워야 하는 만큼 부담이 늘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엽적인 문제까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모 고교 한국사 교사는 "국정 교과서로 수능을 치른 7차 교육과정 때(2002~2006년)에는 난이도 때문에 중요하지도 않은 교과서의 어느 한 구석에 있는 내용까지 출제가 됐었다. 이후 검인정으로 바뀐 뒤 그런 일이 거의 사라지다 시피하면서 시험이 쉬워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앞으로 다시 국정이 되면 그런 것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1984년부터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또 다른 한국사 교사는 "과거 국정일 때는 너무 지엽적인 문제가 나와서 학생들이 교과서에 있는 것 한 글자 한 글자를 놓치지 않고 다 외우면서 시험을 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정교과서로 수능을 볼 때는 한 교과서에 편중되지 않도록 교과서마다 공통으로 나오는 문제가 출제됐다"며 "다시 국정화로 가면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통째로 암기하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화 방침이 다음달 5일 확정 고시되면 오는 2017년 1학기부터 중·고등학교에서는 국정 역사·한국사 교과서 1종으로 배우게 된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 및 중학교 2학년생부터 역사와 한국사를 검정이 아닌 국정교과서로 배우게 되는 셈이다.

특히, 2020학년도 수능부터는 검정교과서가 아닌 국정교과서로 수능을 치르게 돼, 현재 중2가 첫 국정 한국사교과서 수능 세대가 된다.

이에 앞서, 현재 고2가 치르게 될 2017학년도 수능부터는 선택과목인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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