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무죄, 朴 가이드라인 따르다 망가지는 검찰

무리한 기소, 봐주기 수사 반복…무죄 나거나 지지부진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청와대의 하명식 수사와 이를 따르는 검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따르려는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했다가 무죄가 나거나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비서관의 경우에도 박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과 연(緣)이 깊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15일 조 전 비서관에게 "대통령기록물을 반출하거나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됐던 문건의 성격에 대해 "직무감찰을 위해 작성된 문건"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대통령 직무수행의 하나로 작성된 문건은 맞지만 보고가 완료된 전자문서를 추가로 출력하거나 복사한 문건에 불과해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법원이 관련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판단한 문건은 검찰이 한창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을 당시 박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규정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달 1일에는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엄단을 촉구했다.

이후 검찰은 문건 유출자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냈고 법리 다툼 여지가 큰 법조항인데도 불구하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규정했는데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 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에서는 문건 유출의 중요성에 대해 다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검찰도 이를 따랐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2013년 9월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만나 "이미 그 전에 NLL대화록의 상당 부분들이 사실 여하를 떠나 국회에서도 얘기되고 있어서 인용했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검찰은 지난해 6월 야당이 고발한 김무성 의원과 서상기, 조원진, 조명철, 윤재옥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사실 검찰이 박 대통령의 수사가이드라인을 따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도를 넘었다"는 발언을 한 뒤, 검찰은 즉각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팀을 발족시켰다. 검찰은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명예쉐손을 실시간 감시하고 상시 단속하겠다"고 대응했다.

고소고발도 하지 않았는데 검찰이 앞장서서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는 모양새로 회자되면서, 부적절한 처신 논란이 제기됐다.

올해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도 하명식 검찰 수사와 맞닿아 있다.

(사진=자료사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4월 자신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여권인사 8인의 명단을 남기고 자살하자, 박 대통령은 같은 달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대독한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사면을 문제 삼았다.

성완종 리스트에 담긴 내용에 대해 진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상황에서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사면 개입 의혹'이 급작스레 수사 대상에 포함된 계기였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수사 초기부터 사면 의혹 전담팀을 구성해 70여일간 수사 끝에 지난 6월 건평씨를 소환조사했다. 하지만 결국 혐의 없음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흠집내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8개월간 진행 중인 포스코 수사 역시 '박심(朴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박 대통령이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회장이 만든 포스코를 정준양 전 회장이 5년간 분탕질을 쳤다며 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포스코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포스코 비리를 풀 키맨으로 분류됐던 정동화 전 부회장이나 배성로 동양종합건설 회장에 대해 청구했던 영장 기각으로 수사 차질이 빚어졌다.

비리의 주책임자로 지목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도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사 정당성과 실효성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비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의 말로는 참혹했다.

박 대통령은 수사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뒤, 공교롭게도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이 제기됐고, 채 전 총장은 물러났다.

지난 2013년 원 전 원장을 법정에 세웠던 당시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낙마하거나 좌천했고, 지금은 존재감조차 미미해졌다. 수사팀장이었던 윤석렬 검사는 이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고 박형철 부팀장과 다른 검사들도 줄줄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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