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새누리 '주체사상 플래카드' 철거했나? 당했나?

15일 오전 K빌딩 앞에 설치돼있던 새누리당 역사교과서 국정화 현수막 (사진=홍성일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건너편 K 빌딩 앞은 각종 플래카드를 거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명당으로 통한다.

국회의사당에서 나와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면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곳에 플래카드를 걸면 선전효과가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 빌딩앞 횡단보도 옆에 있는 신호등 기둥과 그 옆의 가로등 기둥에 플래카드를 거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걸렸던 새누리당의 이른바 '주체사상 플래카드'가 게시됐다 철거되고 또 게시됐다 철거되기를 반복하면서 그 과정과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억측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주체사상 플래카드' 게재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해 스스로 철거한 것이냐, 아니면 야당 구청장이 장악한 구청측이 새누리당 플래카드만 철거했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지난 13일, 전국 246개 당원협의회에 교과서 관련 홍보문구 8개를 제시하고 당협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플래카드를 걸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이날 여의도 국회 건너편 K 빌딩 앞 도로 모퉁이 신호등과 가로등 기둥에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15일 오후 다시 철거된 새누리당 현수막 (사진=이용문 기자)
그러나 이 플래카드 뿐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건 다른 플래카드도 곧 영등포 구청에 의해 철거됐다.

또 이 빈자리에 14일 설치됐던 플래카드 들 역시 이날 영등포구청에 의해 치워졌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14일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걸었던 플래카드를 철거했다"고 확인했다.

이곳은 신호등 기둥과 옆에 있는 가로등의 기둥 사이로 합법적으로는 플래카드 등 게시물을 걸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구청측은 이곳에서 20미터 정도 뒷쪽에 플래카드를 걸 수있는 시설물을 만들었고 지금도 많은 플래카드들이 걸려있지만 사람들의 동선과는 좀 달라 크게 눈에 띄이지는 않아 이곳에 게시물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15일 오전 이곳에는 새누리당의 '주체사상 플래카드'가 또다시 등장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영등포 구청측이 새누리당 플래카드를 철거한데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생각해 플래카드를 다시 걸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다시 등장한 플래카드 역시 이날 영등포 구청에 의해 철거됐지만 사유는 조금 달랐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선관위에서 철거요청이 왔다"면서 "이곳이 재보궐 선거지역이라 15일에서 28일까지 정당에서 건 현수막을 허용할 수 없다며 철거요청했기 때문에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새누리당이 이곳에 걸었던 '주체사상 플래카드'는 두번 철거됐지만 모두 영등포 구청이 철거한 것이며 새누리당이 스스로 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의 플래카드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당 내외에서도 문제 지적이 나오기는 했지만 자진철거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새누리당의 실토와 영등포구청측의 확인으로 '주체사상 플래카드' 철거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구청의 적법한 철거행위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같은 플래카드를 다시 내거는 새누리당의 행태가 개운치 많은 않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