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형 배우 이선균, 아직 보여줄 패가 많다

[노컷 인터뷰] "조커보다는 여러 패 가진 배우 되고파"

영화 '성난 변호사' 주연배우 이선균. (사진=황진환 기자)
드라마 '파스타'의 영향 때문일까. 배우 이선균은 어딘지 모르게 엄격하고 깐깐할 것만 같다. 연기에 있어서도,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선균은 자기 자신에게만 깐깐한 배우일 뿐, 주변 사람들에게는 진심어린 칭찬을 내어 놓는다. 오히려 '성난 변호사'의 시원한 액션처럼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꾸밈이 없어 통쾌하다.

다작 배우는 아니지만, 그는 지금까지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해왔다. 유부남임에도 여성들을 설레게 하는 몇 안 되는 배우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영화 '성난 변호사'는 배우 생활 15년 차인 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끊임없이 호흡을 맞춰왔다면 이번 영화는 권력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맞서는 변호사 변호성 역을 맡아 온전히 혼자 이끌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조커'보다는 여러 패를 가지고 싶다는 배우 이선균,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 영화가 전체적으로 통쾌하고 신나는 분위기다. 스스로 잘난 것을 알고 있는 변호사인데 연기하면서 어떤 기분이었나?

일단 고민이 많이 됐다. 가벼운 캐릭터지만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톤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 전에 비해 제 캐릭터가 잘 보인다는 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너무 극적으로 하다보니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변주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성과 아쉬움이 있다. 그런 것에 또 타협했다는 기분도 있고.

▶ '성난 변호사'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일단 내가 좀 한 발자국 나아갔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라는 직업은 자기를 통해 표현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복귀해야 한다.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하면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 그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게 없으면 어떡하지. 15년 째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버틸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닐까.

영화 '성난 변호사' 주연배우 이선균. (사진=황진환 기자)
▶ 극중의 변호성처럼 배우인 이선균이 누군가에게 약점을 잡힌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궁금하다.

정직하게 할 것 같다. 그리고 일단 변호사를 선임하겠다. 억울하게 곤경에 처한 것이라면 법대로 고소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좋은 변호사 좀 소개해달라. 저는 정직하게 살고 있다. (웃음)

▶ 혹시 배우로서 숨기고 있는 비장의 무기 같은 것이 있을까?

여러 패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건 없는 것 같고, 만들어가야 하는 것 같다. 딱히 조커를 내놓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나씩 내가 증명해 나아가야 되는 거고 증명해보이면 믿어주실 것 같다. '이런 조커를 던질 줄 몰랐지롱', 이렇게 할 수만도 없고 작품을 통해 해나가야지.

▶ 특별히 '성난 변호사'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었나?

그냥 끌고 가는 힘? 끝까지 끌고 가야 하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부담과 책임이 있었다. 연기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 어느 장르를, 그리고 힘을 책임져야 한다는. 법정 장면도 그렇고 유연하게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 '화차'나 '끝까지 간다'에서는 내가 호흡을 갖고 끌고 가면 나머지는 공격을 담당한 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끌고 가면서도 공격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성난 변호사' 주연배우 이선균. (사진=황진환 기자)
▶ 대학교 후배인 김고은 씨와 함께 작업한 소감도 남다를 것 같다.

(김)고은이는 만나보고 싶었다. 참 대견스럽고 예쁜 친구다. 데뷔 이후에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고 힘든 작품들과 부딪치고 있다. 이번에 여배우 분량이 너무 적다 보니 난항이 있었다. 고은이가 편집된 부분이 없잖아 있는데 또 시나리오를 수정해 분량을 늘리면 촬영 일정이 연기되는 상황이었다. 제작사와 투자사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더 들어오기를 바랐다. 고은이한테 도와 달라고 했다. 고은이도 좀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한 것 같고. 고은이가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걸 듣고 관계도 바꾸고 그랬다. 사실 고은이 팬들은 실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고은이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본인이 원했던 로맨틱 코미디를 열심히 해서 드라마가 대박났으면 좋겠다.

▶ '파스타' 연출을 맡았던 이윤정 PD와 김고은이 '치즈인더트랩'에서 만난다. 먼저 이윤정 PD와 함께 해 본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이윤정 PD님은 정말 은인같은 분이다. 고은이 역시 함께 작업하면 많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원작 팬들이 많아서 말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관심도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원작보다 더 좋은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일단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면 좋겠다.

▶ 아내이자 배우인 전혜진 씨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배우 전혜진은 분명히 매력있고 잘하는 친구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 두 사람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해서 자꾸 관심이 커지는 것 같다. 원래 좋은 배우였다. 그런데 별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친구가 아니다. 결혼 전에도 그런 기질이 있었는데 육아를 하고 그러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 일을 너무 하고 싶어하는 여배우들도 있을텐데 아내는 다른 여배우들처럼 그 비중이 크지 않았다. 대신 간간이 공연도 하고 그랬다. 저는 아내의 능력을 알고 있고, 믿기 때문에 '사도'를 해서 좋았다. 결과를 떠나서 어떤 분과 만나서 어떤 작업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뭔가 하고 싶다는 게 중요하다. 이준익 감독과 만난 것 자체가 좋은 거고, 좋은 배우들 만나서 작업한다는 게 좋았던 거고. 그런 게 배우들에게는 큰 행운이다.

▶ 이선균의 멜로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영화 시장에는 그런 대본이 없고, 많이 기획 개발이 되지 않는다. 차기작이 멜로가 가미된 느와르인데 깊은 멜로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1월 말에 크랭크인한다. 내년에는 조커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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