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대자보는 물론, 1인시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인증샷, 캠페인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정부의 역사 교과서 획일화에는 비판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자보는 '좌편향' 논쟁의 대척점에 있는 북한의 표현 방식을 차용해 교과서 국정화를 비꼬아 표현한 것. 이때문에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겁다.
"역사교육은 국자의 부정을 목표로 하는 좌파들의 영향력을 일소해야 한다. […] 역사는 '올바르게 해석된' 공정성에 기초해야 한다."
'나치독일 교육 강령'이라고 밝힌 이 글은 서울대 서양사학과 15학번 정한솔 씨가 붙인 대자보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국정교과서가 전체주의적 발상과 맞닿아 있기에 반대하며 저런 자보를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과 15학번인 이원규 씨의 대자보도 눈길을 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 반대 선언문'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내용은 '1972' 뿐이다. 318개로 이루어진 숫자 '1972'는 내용없이 숫자만 보인다. 이는 1972년 10월 1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위헌적 계엄과 국회해산 및 헌법정지 등을 골자로 하는 대통령 특별선언을 한 '1972년 10월 유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쓴 15학번 양희도 씨는 글에서 "객관적인 역사 역시 홀로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각의 다양성이 보장된다면, 주관들은 균형을 이루고, 객관은 오직 균형 속에서만 존재한다"며 "우리 역사의 균형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중앙대 심리학과 김산 씨는 '한국사 국정화 불복종 선언' 대자보를 통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을 내세웠다.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는 조처라 하기 어렵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열거하고 국정교과서에 대한 비판글을 실었다.
한양대 사학과 석진혁 씨는 "우리 사람 되기는 어려워도 괴물이 되진 말자"는 홍상수 감독 영화 '생활의 발견' 명대사를 대자보 제목에 걸었다.
이들의 주장은 대동소이하다. 가치관과 이념, 추구하는 목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오늘날의 다원주의 사회에서 획일화된 역사교육이 전체주의의 회귀를 불러올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전국 대학생 대자보 쓰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세상에 도전하는 대학희망' 페이스북 계정(univhope20)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국 대학생들의 대자보 인증샷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19일 1시 20분 현재 대자보 인증샷은 50개에 육박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자보 쓰기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의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