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 일시 : 2015.10.16 (팟캐스트/팟빵)
■ 진행 : 변상욱 대기자,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
■ 게스트 :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 소장/독산고 교사)
지난 16일에 공개된 55회 파트 1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교육부가 발표한 역사 교과서의 국정 발행 방침에 직접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지난 12일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후 대안 교재 개발 움직임과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 UN에 긴급 청원 등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까칠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변상욱> 학교에서 가르칠 역사 교과서에 국정 단일화를 밀어붙인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여기에 대해서 교과서 집필 거부, 학계의 부정적인 반응도 뜨겁습니다. 그리고 국민들도 국정 교과서에 대해서 관심과 의문을 가지는 분들, 분노하는 분, 나라가 하는 일에 통일되면 좋은 것 아니냐는 분들도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역사 선생님들끼리 모이면 어떤 이야기들을 하시나요?
◇ 김육훈> 분하다는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하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교과서인데 역사 교사 97%가 반대하고 학자들 중에서 국정을 지지하는 학자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멋대로 정책을 결정해 버리는 것을 보면서 참 분하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김갑수> 정권에 계시는 분들은 역사학자들과 교사들의 90%가 좌익이라고 하잖아요?
◇ 김육훈> 정말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가 막히는데요. 그것은 사실 좌우에 대한 문제를 떠나서 특정 집단 전체가 좌파, 우파로 나누는 것은 이성적 판단이 중단된 상태라고 봐요. 거의 반 지성, 반 문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빨강일 수가 있습니까? 빨간 사람도 있고 파란 사람도 있고... 선생님들 중에 보수적인 사람도 많지 않습니까?
◆ 김갑수> 네, 우리가 팩트 확인을 먼저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거리에 걸린 현수막들이 상당히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새누리당이 내걸은 현수막 중에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이 전국에 걸려 있다가 떼었다고 하더니 다시 걸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습니까?
◇ 김육훈> 우리 아이들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붙인 것은 이렇게 편향된 방식으로 주체사상을 잘 못 배워서 북한을 찬양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는 거죠?
◆ 김갑수,변상욱> 그렇죠.
◇ 김육훈> 그런데 그런 의미는 아니죠. 팩트로 보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박근혜 정부가 최근에 새로운 교육 과정을 만들었는데 ‘주체사상을 반드시 가르쳐라’고 교육 과정에 명시해 놨습니다. 그러니까 주체사상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면 황우여 장관을 고발해야죠.
◆ 김갑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교육 과정이라는 것이 있고 집필 기준이 있는데... 그래서 검정 교과서라는 것이 국가의 원칙에 검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 하면 교과서를 못 만들게 하잖아요? 실제로 기술된 내용들을 보면 ‘주체사상의 완성으로 김일성 1인 독재 체제가 간곡해졌다.’ 대부분 이런 식의 표현들이잖아요?
◇ 김육훈> 그렇죠. 거의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비슷합니다. 본문에 주체사상 맥락이 조금 나오고 그다음에 주체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몇 가지 문장과 단어들을 넣고 약간의 해설을 붙이는 방식이죠. 심지어 교학사 교과서도 그렇고 예전의 뉴라이트에서 만든 교과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보고 교학사, 뉴라이트 교과서가 심각하게 좌편향 되었다고 하지는 않잖아요?
◆ 김갑수> 이를테면 특정 방송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몇몇 종편 방송을 보면 하루 종일 북한 뉴스가 나오잖아요? 사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이런 방송국이 대표적인 좌편향 방송 아닌가요? 그리고 IS로 간 청년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 문제가 그 청년에게 IS의 실체와 국제정세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몰랐으니까 동경을 해서 갔다고 보거든요.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더 많이 알 수 있는 것 아닌가요?
◇ 김육훈> 그렇죠. 그래서 독일 역사 교육은 여러 가지로 반면교사가 되는데요. 서독은 동독의 역사를 거의 비슷한 비중을 두어서 가르쳤다고 해요. 그리고 동독 같은 경우 자기 체제가 최고라는 식의 국정 교과서를 두고 가르쳤는데... 그 결론을 보면 우리가 얻는 시사점은 많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다음에 국정 교과서 발표를 하던 날 차관께서 발언하신 내용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신문으로 봐서 정확한 워딩은 모르겠는데... “지금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교과서를 보면 남한의 독재는 24번이나 써놓고 북한을 설명할 때는 독재라는 단어를 2번 밖에 안 썼다. 왜 남한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써놓고 북한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비판적이지 못 하느냐?"라고 지적을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일 많이 나가는 교과서를 찾아서 봤습니다. 현대사 부분이 60P 정도 되는데... 남한 교과서이니까 북한보다는 남한의 비중이 더 많겠죠? 남한이 10분에 8~9 정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은 2.5페이지 정확하게 나오는데 정작 세어보니까 1페이지에만 독재, 유일지배체제, 세습체제라는 단어가 10개가 넘게 나옵니다.
◆ 김갑수> 사실이 아닌 걸로 보도를 하고 있다?
◇ 김육훈> 다른 책을 보고 말씀을 하셨는지 과거 다른 교육 과정을 가지고 말씀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도된 것으로 보면 그렇죠.
◆ 김갑수> 그렇다면 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려고 할까요? 사실 친북 논란은 본질이 아닌 것 같아요. 이것은 그 뒤에 다른 것들을 바꿔내기 위한 빌미로 내세우는 것 같아요.
◇ 김육훈> 그렇죠. 저는 편향성 논리를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편향이 되었으니까 국정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국정으로 가고 싶으니까 편향되었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분들이 아마 국정으로 가기 위해서 편향되었다는 논리를 끌어모으다 보니까 부정확하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이 장, 차관이나 김무성 대표 입으로 막 나오는 거죠.
누군가가 국정 교과서를 왜 반대하냐고 묻길래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 똑같은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의 삶을 가졌고 각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 다른 아이들에게 한 가지 생각만 가지고 5년에 한 번씩 바뀌는 정권이 자기가 옳다는 것만 가지고 복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김갑수> 저는 이 정권과 국정 교과서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딱 한 가지 질문만 던지고 싶어요. 이번에 국정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쳐요. ‘지금 정권이 바뀌어서 야권이 정권을 잡았을 때 국정 교과서에 찬성할 것이냐?’ 저는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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