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배우는 역사 교과를 가지고 전쟁을 하겠다는 집권당 대표의 발언은 충격적이다.
더욱이 김 대표는 차기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유력하다는 점에서 그의 이같은 인식에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사학자들은 90%가 좌파로 전환돼 있고 그들에 의해 쓰인 중·고교 교과서는 현대사를 부정적 사관으로 기술하고, 패배한 역사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사학자의 90%가 좌파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조사결과 나온 것인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역사학자에 대해 좌파로 분류하고 매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매카시즘과 냉전적 사고에 근거한 것이다.
또 현재의 교과서가 부정적 사관으로 기술됐고 패배한 역사라고 가르치고 있다는 그의 주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좌우 이념대결을 조장해 국정화를 추진하겠다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김일성 주체사상을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내걸었던 것이다.
현재 교과서의 검정 기준은 이명박 정부에서 만들었고 검정을 통과시킨 것은 바로 이 정부였다.
더욱이 김 대표가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역사학자들 대부분은 1974년 이후 국정교과서로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다.
유신시대와 5공화국에서 국정교과서로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획일적 교육 내용에서 벗어나 학문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새로운 역사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국정화가 안고 있는 획일화 교육의 영향이 무엇보다 컸을 것이다.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국정화는 시대에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추진 방식도 국민을 분열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대통합과 100%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런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가 이제 노골적으로 국민을 이념적으로 편가르기를 하고 교육현장과 학계에 대해서까지 좌우 이념대결의 장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념적 편가르기가 보수세력의 결집을 이끌어내 선거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집권을 하게 된다면 국가의 분열과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될 것이다.
김 대표가 차기 대선까지 꿈꾸고 있다면 분열적 사고,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행태는 중단돼야 한다.
국정화에 대해서는 여권과 교육부 내에서조차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교과서의 국정화를 담당하고 있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국정을 영원히 하자는 것은 아니며 바람직한 것은 자유발행제"라고 했다.
국정교과서 편찬을 담당하게 될 국사편찬위원회의 김정배 위원장도 지난 12일 국정화를 발표하면서 “조금씩 평정심을 찾은 뒤 검인정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나 국정교과서 편찬을 맡을 기관에서조차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밀어붙여 국정화를 추진하긴 하지만 국정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김무성 대표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이 유신이나 친일을 미화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군사작전하듯 추진할 이유가 없다.
현재의 교과서가 지나치게 좌편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근거를 갖고 국민을 설득하고 검정 기준을 강화해 이를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지금같이 국민을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넣는 김 대표의 발언과 국정화 추진 방식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면서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