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전쟁터' 지구촌, 난민을 낳다"…부산영화제 증언

[백 투 더 BIFF ②] 휴머니즘 외면 않은 용기…'난민문제'를 품다 <상>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성인식이었다. 혹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성공적으로 자존심을 지켜냈다. 폐막식 이후 일주일 넘게 흐른 지금, 뜨거웠던 열기는 식었지만 과정이 어려웠던만큼 영화제의 족적은 더욱 뜻깊게 남았다. 파격적인 시작을 알린 제1회부터 아픔을 겪고 성숙해진 현재까지. CBS노컷뉴스는 이명희 영화 평론가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되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공든 탑이 무너지랴…스무 살 BIFF의 어제와 오늘
② 휴머니즘 외면 않은 용기…'난민문제'를 품다 <상>
(계속)

영화 '디판' 스틸컷(사진=부산영화제 제공)
현재 이주민 문제와 난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이슈다. 이 소재는 부산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여러 편에도 반영됐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프랑스 영화 '디판'(자끄 오디아르 감독, 프랑스)이 그 대표적이다.

두 남녀와 어린 소녀가 프랑스에서 체류허가를 얻는 데 성공한다. 서로 알지 못하고 아무 관계도 없는 이 스리랑카 사람들은 전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난민가족을 가장해야만 했다.


디판은 이민자들과 범법자들, 사회적 약자가 섞여 사는 임대아파트 단지내의 '총질하는' 무법지역에서, 가짜 가족이 조금씩 유대감과 사랑으로 뭉쳐지면서 진정한 가족을 이루며 살아남기를 보여주는, 액션 스릴러가 가미된 휴먼 드라마다.

전쟁을 피해 조국에서 도망쳤지만, 말도 못하는 이들에게 프랑스는 삶의 전쟁터다. '씨떼'라 불리는 파리 변두리의 험악한 상황 속에서 인종차별과 경멸, 위험을 견뎌내며 난민생활의 어려움을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우여곡절을 통해, 이주민들이 처한 프랑스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에 주저하지 않는 영화다.

난민 문제라는 첨예한 사안을 다루었기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매직 마운틴'(안카 다미안 감독, 루마니아)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5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 등을 난민으로 떠돈 폴란드인의 전기를 섬세하게 그려낸 다큐 애니메이션이다.

2011년 부산을 찾은 '나의 저승길 이야기'로 감동을 준 바 있는 루마니아 여성 감독의 창의성과 깊이 있는 내용이 돋보이는 명작으로, 그래피즘과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예술작품 그 자체이다.

◇ 혈연 관계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비극…전쟁 탓에 고통받는 사람들 직시

영화 '아빠' 스틸컷(사진=부산영화제 제공)
서구 국제기구의 난민 지원 프로그램이 위선이 아닌지 되묻는 독일영화 '그곳의 날씨'(이사벨 스티버 감독)도 있다.

난민문제가 혈연 관계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비극의 정서적 지점을 영화화한 '아빠'(비사르 모리나 감독, 코소보)는 전쟁 이후 드물고 어렵게 만들어진 코소보 영화로 주목받았는데, 살기 위해 아들까지 버리고 난민이 되는 아버지와 그를 놓치지 않으려는 아들의 이야기다.

난민과 분쟁을 흥행 소재로 다룬 영화도 있다. 인도에서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는 '카쉬미르의 소녀'(카비르 칸 감독)는 인도-파키스탄 분쟁을 소재로 한 흥미진진한 대중영화다. 파키스탄의 아름다운 풍경, 주인공 소녀의 얼굴과 눈빛이 환상적이며, 춤과 노래가 흥겨운 볼리우드 영화다.

쿠르드 영화 몇 편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그 전쟁의 부조리를 외치고 있어서 높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욜'을 통해 터키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마즈 귀네이 감독도 쿠르드 사람이고, 유명한 터키 소설가 야샤르 케말도 쿠르드 사람이다. 중동사람들로부터 부동의 존경을 받고 있는, 먼 옛날 십자군을 물리친 살라딘도 쿠르드인이다. 그럼에도 지구상에 나라 없는 가장 큰 민족이 쿠르드족이다.

2009년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과 피프레시상을 수상한 샤우캇 아민 코르키 감독도 쿠르드 사람인데, 그의 '킥 오프'는 이란-이라크 전쟁에 의한 쿠르드 난민의 애환을 그린 시적인 블랙 코미디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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