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신지체 동생, 형 곁에서 '굶어' 숨진 채 발견(종합)

20일 숨진 박씨의 형이 앉아 있던 방(사진=김광일 기자)
50대 정신지체 형제가 함께 생활하다, 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주택에서 박모(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닫혀 있던 옆방에는 박씨의 형이 홀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모두 정신지체 2급 장애가 있었으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초 이들을 돌보던 80대 노모가 넘어져 고관절을 다친 뒤 병원에 입원하자 생활능력이 없던 형제만 집에 덩그러니 남겨졌던 것.


이날 오전 퇴원한 어머니 A(81)씨가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숨진 박씨를 발견해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숨진 박씨가 끼니를 제때 해결하지 못해 며칠 전 아사(餓死)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박씨의 판잣집은 악취가 진동하는 가운데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했으며, 수십 마리의 파리가 사방팔방을 휘젓고 다녔다.

방안은 각종 집기류로 어지럽혀져 있었고, 방바닥은 담배꽁초와 재로 얼룩져 있었다.

마을 통장 양종식(70)씨는 "두 형제는 매일 콜라나 사이다만 마시고 있었다"며 "할머니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집을 잘 챙겨봐 달라고 말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편집배원 정정윤씨는 "지난 금요일 건강보험 등기를 배달하러 갔을 때만 해도 박씨가 살아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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