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주변의 눈치를 살필 때 제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은 그래서 국민의 주목을 받고 정치적 미래가 전도양양하다.
그런 정치에 가장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정치인은 누구일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누구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서고 있다. 역사학자들과 역사 교사들을 좌파로 모는가 하면 '역사전쟁'이라는 등의 거친 표현을 일삼는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이분법적·국론분열적 논리로 무장하고 연일 결기를 곧추세운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반대 쪽에서는 보수적 소신으로 추켜세운다.
반대로 집권 여당에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낸다는 것은 정치적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새누리당 소속이면서도 한 방향(교과서 국정화)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으며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대담한 발상이자 용기있는 행동이다.
비록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여당 출신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물론 남경필 경기지사·정두언·김용태 의원의 국정화 반대 목소리는 그래서 신선하다는 차원을 넘어 담대하다.
이같은 발언은 행정예고를 잠시 멈추고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정두언 의원이 국정화 비판의 불을 지폈다면 정병국·김용태 의원은 기름을 부었다. “현행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는 전제를 쏙 빼꼬 '국정화에 반대했다'고만 쓰면 야당의 주장·논리와 다를 게 없다.
이들 국정화 비판론자들은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생각되겠지만 새누리당의 합리성과 건전성, 다양성은 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가능하다. 보수와 진보의 중간지대가 새누리당을 쳐다보는 건 이들처럼 독자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개혁적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이재오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 등도 한몫 한다.
정국을 소용돌이치게 하는 현안 또는 청와대의 국정 운영과 관련해 때때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새누리당의 차세대 주자군에 속한다. 새누리당의 중도 지평을 확대하는데 원 지사만한 적임자는 없다. 그는 586운동권 세대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방침이 그 어떤 정치인보다 확고하게 서 있다.
새누리당의 차세대 인물로 평가받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서는 대구·경북 출신 정치인답지 않는 소신 행보를 했다.
이들의 정치적 위상과 비중을 고려할 때 국가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교과서 국정화 파문에 대해 입을 여는 것은 당연하다.
국론이 분열되고 당론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중진 정치인들의 역할이다. 역사적 안목을 기반으로 한 입장 발표가 교과서 파문을 조기에 정리하는 물꼬를 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