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때도 "유신·장기집권 의도"…現 교과서엔 언급 없어

교학사 교과서엔 "北도발, 유신체제 지속 명분 줘"

고등학교 한국사 8종 검인정 교과서.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 리베르스쿨, 지학사, 교학사. (사진=홍성일 기자)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 등 보수정권 집권기에 사용된 국정 역사교과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단행을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출판된 첫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5학년 국정 사회교과서(실험용)에는 유신에 대한 언급은 없고, 새누리당이 '긍정적 사관을 갖고 있다'며 극찬한 교학사 교과서는 유신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서술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물론 역사학계, 학부모 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강행하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발행될 경우 5.16 군사정변과 3선 개헌, 유신 단행 등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가 30년 전인 전두환 정권 때보다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두환 정권 국정 역사교과서
◇ 30여년 전(전두환 정권)에도 “유신은 박정희 장기 집권 길 열어” 비판했는데…

CBS노컷뉴스가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집권기에 사용된 국정 역사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모든 국정교과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위한 3선 개헌과 유신에 대해 비판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1982~1987년(전두환 정권)까지 중학교에서 사용된 국정 국사교과서는 유신 선포에 대해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줌으로써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썼다. 같은 시기 사용된 고등학교 교과서 역시 "유신 이후 성립한 제4공화국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적 징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정권 국정 역사교과서
1992년(노태우 정권)까지 사용됐던 중학교 교과서도 "통일주체국민회의가 대통령을 선출하게 해 대통령이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게 되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기술했다. 고등학교 교과서는 "유신 체제는 권위주의적 체제의 경직성과 각종 역기능이 심화됨으로써 국내외로부터 많은 도전을 받았다…이에 정부는 대통령 긴급조치를 선포해 반체제 운동에 강경하게 대처했으나 정치적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며 비판의 수위를 더했다.

김영삼 정권 국정 역사교과서
1997년(김영삼 정권)까지 사용됐던 중학교 교과서는 한 발 더해 "국민들의 비판으로 선거를 통한 정상적인 집권이 어렵다고 생각한 박정희 대통령은 헌정을 중단시키고 10월 유신을 선포했다(1972). 이른바 유신 체제의 확립으로 통일 주체 국민회의가 대통령을 선출하게 돼 사실상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이로써 박정희 정부의 독재화가 가속화되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교과서는 "박정희 정부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강력하고도 안정된 정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워 장기 집권이 길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것이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서 선포된 이른바 10월 유신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신 체제는 의회주의와 삼권 분립의 헌정 체제와는 달리 강력한 통치권을 대통령에 부여하는 권위주의 통치 체제였다. 그것은 곧 국가 행정의 능률을 극대화하고 국력을 집약해서 사회를 조직화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정치활동을 제약한 독재 체제였다"고 지적했다.

보수정권 당시 사용됐던 국정교과서는 "장면 내각은 1961년 5월 16일 박정희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군인들이 군사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함에 따라 집권 9개월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고 설명하는 등 5.16에 대해서도 "군사 정변"이라고 분명하게 기술했다.

◇ 교학사 "5.16 군사정변이지만 美 곧바로 정권 인정", "北도발, 유신체제 지속 명분"

하지만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발행된 첫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가 30여년 전인 전두환 정권 때보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국정 사회교과서(실험용)는 "박정희를 중심으로 하는 일부 군인들이 국민생활의 안정과 공산주의 반대를 주장하며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잡았다(5·16 군사정변). 이후 대통령이 된 박정희는 국민들이 잘사는 것을 나라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개인의 자유보다는 국가의 발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를 실시했다"고 썼다고 독재를 미화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이어가기 위해 3선 개헌을 단행한 것을 "새롭게 헌법을 고치고, 경제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도 함께 실시했다"고 언급하며 3선 개헌의 배경에 있는 장기집권 의도를 숨겼다.

초등학교 국정 사회교과서 (실험용)
유신에 대해서는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는 국내외 공통된 평가 대신 "공산주의에 맞서고 경제 발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소홀히 했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는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고 윤색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긍정적인 사관이 장점"이라며 칭찬한 교학사 교과서는 5.16과 유신에 대해 각각 '군사정변'과 '독재'라고 기술하면서도 군사정변과 독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서술 역시 함께 썼다.

교학사 교과서
교학사 교과서는 "5.16 군사정변은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했다…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했다"고 썼고, 유신에 대해서도 "북한의 계속된 도발은 유신 체제를 지속시키는 명분을 줌과 동시에 남한 사회의 긴장을 강화시켰다"며 유신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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