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에 대한 박대통령과 참모진의 간극, 배경은?

안개에 휩싸인 청와대 (사진=자료사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대응 양태에는 일정한 간극이 있다.

박 대통령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전환을 “사명”으로까지 연결시킬 정도의 확고한 신념을 보이고 있지만, 청와대 참모진은 “국정화는 교육부의 결정 사안”이라는 소극적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다.

12일 황우여 교육 부총리의 국정전환 결정 발표가 청와대가 빠진 ‘당정협의’를 거쳐 이뤄졌고, 23일 청와대 국감에서도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정화는 청와대 지침 없이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청와대의 역할은 없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의 이런 신중한 자세는 사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올바른 일을 하는데 왜 걱정을 하느냐, 두려워 말라”는 박 대통령의 확신에 찬 주문과도 큰 대조를 이룬다.

새정치연합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의 국정화 'TF 구성 운영안'은 바로 이런 간극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화 TF 운영계획안에는 산하 기획팀, 상황관리팀, 홍보팀 등의 소관 업무가 나온다. 상황관리팀의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 동향 파악 및 협력’, 홍보팀의 ‘기획기사 언론섭외, 기고 및 칼럼자 섭외, 패널 발굴’ 등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물론 청와대는 야당 의원들이 기습 방문한 ‘국정화 TF’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곳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국정화 TF 상황관리팀의 업무 중 하나로 'BH 일일점검 회의 지원'이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BH'는 'Blue House'의 약자, 즉 청와대를 뜻한다.

국정화 TF 내 상황관리팀의 업무가 ‘청와대 일일점검회의 지원’으로 돼 있다는 것은 결국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일일점검회의가 열리고, 상황관리팀은 이 회의를 지원하는 정황을 알려준다.

청와대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과 관련해 이른바 “상황 관리”가 이뤄졌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 국정화 TF의 '청와대 일일점검 회의 지원' 업무와 관련해 "(김상율) 교육문화수석 차원에서 상황을 관리한다든지 하는 것은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교문수석실 차원에서 일일점검회의 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대한 상황 관리가 주도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전환 결정 이전에 이미 청와대와 교육부 TF가 서로 조율해가면서 국정화 추진 논리의 개발과 집필진 구성 등 국정화 작업을 진두지휘해온 정황인 셈이다.

결국 청와대가 교육부의 결정 사안이라며 한국사 교과서 국정전환 결정 과정에서의 역할을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정화에 대한 상황 관리를 통해 박 대통령의 신념에 부응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파장을 줄이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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