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도 삼성에' 이동엽 "아버지 미울 때도 늘 감사해"

삼성에 지명된 고려대 출신의 가드 이동엽 (사진/KBL)

KBL과 여자프로농구에서 오랜 시간 지도자 생활을 했던 이호근 전 감독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는 그동안 신인드래프트에서 늘 선수를 뽑는 입장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프로 구단의 선택을 기다리는 아들, 그 아들을 응원하는 학부모의 입장이 됐다.

이호근 전 감독의 아들은 고려대 졸업 예정 선수인 192cm의 장신 가드 이동엽(21)이다. 이동엽은 26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석했다. 이호근 전 감독은 학부모석에 앉아 초조하게 아들이 호명되기를 기다렸다.

전체 5순위, 삼성의 순서가 됐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주저없이 이동엽의 이름을 외쳤다. 그 순간 이동엽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그저 기뻤다. 아버지 역시 그랬다. 지난 시즌까지 여자프로농구 삼성 구단에 몸담았던 그다. 담담한 표정 안에는 말 못할 기쁨이 감춰져 있었다.

이호근 전 감독은 "지명 순위와 관계없이 본인이 가고 싶어하는 팀에 선택돼서 아버지로서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수를 뽑는 입장과 아들의 지명을 기다리는 입장 중 어떤 게 더 힘들었을까. 그는 "7년 이상 선수를 뽑는 입장에서 아들을 보내는 입장이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선수를 뽑을 때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의 지명을 기다리는 입장이 한결 편했다는 것은 아마도 농구선수 이동엽이 가진 기량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동엽은 "어렸을 때부터 삼성의 팬이었고 이상민 감독님을 좋아하고 존경해서 삼성에 가고 싶었다"고 지명 소감을 남겼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기자회견장에 부자가 동석했다. 이동엽에게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호근 전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감독을 맡을 때에도 평소 아들의 경기 일정을 챙길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이동엽도 아버지의 마음을 잘 안다.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버지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부끄럽게 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 아버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너무 훈훈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미웠던 적은 없냐고 물었다. "많은데"라는 이동엽의 대답에 이호근 전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야 이 XX야"라며 거칠게(?) 반응했다.

이동엽은 "미웠던 순간은 많다"고 웃으며 "내가 힘들 때 오히려 더 다그쳐주셨다. 그게 미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내게 도움이 되라고 하신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버지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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