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청와대行…"MBC 기자들은 부끄럽다"

"폴리널리스트라고 부르기도 아깝다. 그저 '기레기'일 뿐"

MBC 100분토론의 진행자였던 정연국 시사제작국장이 최근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된 가운데, MBC 기자협회가 '부끄럽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협회는 26일 "불과 며칠 전까지 기자로서 시청자들에게 이런 사명감(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표방하며 기사를 쓰고, 불편부당함을 내세우며 토론을 진행하던 언론인이 소명의식과 책임감, 자존심을 모두 버린 채 핵심 권력자인 대통령의 입노릇을 하기 위해 정권의 정점을 향해 뛰어든 것"이라며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이어 "MBC의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믿고 애청해온 시청자들이 갖게 될 실망과 불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일선 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MBC의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자들은 이제 어떻게 우리 보도가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기자협회는 "기자들의 정치권 진출은 윤리의 문제이며, 공정성이 생명인 공영방송의 명예에 관한 일"이라면서 "지금이라도 공영방송 MBC의 이미지를 팔아 개인의 이익과 출세에 악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성있는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MBC가 정치지망생들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 100분토론 진행을 맡았을 당시 정연국 앵커.
정연국 대변인은 2012년 파업 이후 MBC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주요 수뇌부 책임자로서 일해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본부)는 정 대변인에 대해 "MBC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신뢰도 추락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올해초부터 MBC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을 담당하는 시사제작국장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간판 시사토론프로그램인 '100분토론'의 앵커까지 겸직해 왔다.

또,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에는 선거기획단장으로 선거방송을 진두지휘했고, 이후 보도국 취재센터장을 맡아 MBC 뉴스 취재를 총괄하기도 했다.

MBC본부는 "그런 인사가 오전까지 MBC에 몸담고 있다 오후에 바로 청와대로 직행해 대통령의 ‘입’이 되었다. 그것도 공정성과 신뢰도· 선호도 모두 처참하게 망가져버린 MBC 보도·시사 프로그램들을 무책임하게 뒤에 남겨둔 채 말이다"며서 한탄했다.

박근혜 정부가 현직 언론인을 청와대로 데려간 일은 처음이 아니다. 정연국 대변인 전임인 민경욱 전 대변인은 KBS 메인뉴스 앵커를 그만둔 지 4달 만에, 현직 보도국 부장 신분에서 바로 청와대로 들어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런 자들은 ‘폴리널리스트’라 부르기도 아깝다. 그저 후안무치한 ‘기레기’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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