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새누리당, 황우여 '희생양' 삼아 교과서 정국 돌파

與 지도부 “교육부 장관 확정고시 직후 문책성 교체 전망”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2016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여권이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밀어붙이기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화 ‘반대’ 여론이 들끓을 것으로 보이는 확정 고시 직후 교육부 수장을 교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한 새누리당 지도부도 국정화 불가피론(論)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경질론을 동시에 설파하며 여론전을 강화할 태세다.

황 부총리에게 책임을 전가시킨 뒤 경질하는 정치 행위를 통해 당내 반대 기류를 불식시키고, 대외적으로는 국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김무성 대표 한 목소리…“국정화 정면돌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사회 곳곳의 잘못과 폐습을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역사교육 정상화도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역사교과서가 관행화된 비정상 폐습의 일부이기 때문에 국정화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도 격하게 호응했다. 그는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 앞서 오전 당내 역사교과서 특위가 개최한 특별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심히 우려했던,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왜곡된 역사의식이 심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이 문제(국정화)를 꼭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여당 일각에서 제기된 ‘황우여 경질론’에 대해 “그런 주장이 나올만 하지 않느냐”며 문책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與 지도부, “미적지근한 황 부총리, 진작 교체 검토”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긴급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여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부총리 문책은 시간문제”라며 사실상 경질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 장관 교체 시점에 대해 “국정화 확정 고시가 내려진 직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확정 고시는 다음달 2일 의견수렴 기간이 끝난 뒤인 11월 5일쯤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후임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진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의원 출신 장관들에 대한 개각이 임박했으며, 이때 확정 고시를 마친 황 부총리도 함께 교체될 전망이다.

다만 황 부총리와 다른 장관들의 차이점은 출마 예상에 따른 교체가 아니라 교과서 국정화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경질이라는 점이다.

여권 지도부가 “황 부총리가 교과서 국정화에 미온적”이라며 갖게 된 불만은 꽤 오랜 기간 누적돼 왔다고 한다.

교체 징후가 최초로 감지된 것은 지난 7일 김무성 대표의 이화여대 특강 당시였다. 김 대표는 이날 교육계 관계자들과의 티타임 자리에서 갑자기 “교육부 장관의 교체가 곧 있을 것”이라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후 국정화 관련 당정협의가 있었던 11일에도 황 부총리가 바로 다음날 있을 ‘국정화 고시’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여 일부 여당 의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결국 ‘황우여 경질’ 기조는 박 대통령의 지난 방미(訪美) 직전 당청(黨靑) 간 교감 속에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감의 내용은 “황 부총리가 국정화 이슈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청와대가 국정화를 주도한 배경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또 다른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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