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대목에서 박 대통령은 시정 연설 중 가장 단호한 어조와 결연한 표정으로 이른바 '올바른 역사'를 위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교과서 정국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지난 22일 여여 지도부와의 회동 때 보다 정제된 언어와 논리로 국정화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파해, 국정화 문제에서 '후퇴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교과서 문제를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로 연결시켜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 만들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처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 만들기의 일환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며,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라면, 야권과 시민사회의 '국정화' 철회 요구는 애당초 들어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 대한 직접 호소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할 뜻도, 국정과 검정의 병존 등 제 3의 방법을 모색할 뜻도 없다는 점을 명백히 밝힌 셈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 중 의미심장한 대목은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이다.
야권이 주장하는 "친일미화, 독재미화 교과서"라는 프레임 공세를 차단하는 한편 미래 세대를 위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교과서라는 비전으로 박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역 프레임 공세를 하는 맥락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화 추진이 처음부터는 아니겠지만,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년 총선까지 내다보는 일종의 승부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야권의 "친일미화, 독재미화" 프레임에 대응해 '미래지향, 통일지향' 프레임을 부각시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기 위한 전략적 명분이자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국정화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고, 총선 승부수라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야당과 시민사회와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국정화 이슈와는 별개로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라며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처리 등 각종 현안에서 야권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화 강행 방침에 따른 정국 경색 속에서도 국민들의 동의를 통해 4대 개혁과 민생경제 살리기 등 핵심 국정과제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아니면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이 국정 동력의 약화와 국력 낭비로 이어져 소기의 성과를 얻는데 걸림돌로 작용할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용인대 최창열 교수는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 법안 등 각종 현안에서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국정화 강행 쪽으로 쐐기를 박는 등 야당이 호응할 수 있는 명분을 주지는 않았다"며 "국정화 문제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 속에 결국 총선 이슈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