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보다 낫네' 인터넷 도박에 빠졌던 10대의 후회

호기심이 중독으로…인터넷 사기로 판돈 마련→도박→사기 악순환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7월 중순 창원시의 한 PC방에서 박모(19)군은 우연히 '바카라'라는 게임 광고를 봤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인터넷 도박을 자주 즐긴다는 말을 듣던 때였다. PC방에서도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내친 김에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광고를 클릭해서 들어가니 의외로 가입이 쉬웠다. 성인인증 따위는 할 필요도 없이 계좌로 돈을 넣기만 하면 회원자격으로 게임에 베팅할 수 있었다.

게임도 쉬웠다. 카드 플레이어 둘 중 이길 것이라고 생각되는 쪽을 선택해 베팅한 뒤 결과를 기다리면 끝이었다.

소액을 걸어 결과를 맞히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임도 빨리 끝나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쉽게 돈을 버는 재미에 푹 빠진 김군은 인터넷 도박으로 생활비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유혹에 빠졌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던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버는 게 편했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있구나'라는 성취감은 쉽게 떨치기 힘들었다.

중학교 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중퇴한 뒤 고등학교는 검정고시로 해결한 김군이었다.

'다 컸으니 이제 나가서 돈 벌어라'는 부모님 말에 집을 뛰쳐나와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하던 시절이었다.

때마침 김군에게는 중고거래 사이트 물품사기로 가로챈 돈이 있었다. 도박이라는 덫에 걸린 순간이었다.

이후 김군은 하루에도 수십번 베팅을 했다. 베팅할 금액이 없으면 중고거래 카페 물품사기로 돈을 모았다.

그렇게 김군은 7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 노트북 등을 판다는 글을 올려 이를 보고 입금한 피해자 51명으로부터 910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그 기간 김군은 '바카라' 도박에 베팅만 160회 했다. 베팅으로 잃은 돈만 3개월여 동안 자그마치 3천350만원에 달했다.

김군은 경찰에 검거된 뒤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후련하다"며 "중독은 정말 끊기 힘들다. 앞으로 인터넷 도박은 쳐다도 보기 싫다"고 말했다.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성행하면서 박군과 같은 10대마저 '도박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창원에 사는 김모(20)씨도 2015년 7월부터 두 달간 인터넷 물품거래 사기로 번 돈으로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접속해 베팅했다. 베팅 횟수는 118회, 액수는 1천600만원에 달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제2차 불법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불법 인터넷 도박 규모는 25조원에 달한다. 이 중 사설 스포츠토토가 7조원, 인터넷 라이브 등 기타 불법 인터넷 도박이 18조원이다.

'2014년 사행사업 관련 통계'를 보면 사감위에서 적발한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만 2만934곳이다.

권선중 침례신학대학교 상담심리학과교수는 "단순 호기심이나 주변 권유로 시작한 인터넷 도박에서 돈을 쉽게 벌면 중독으로 이어진다"며 "대다수 불법 도박 사이트는 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어 폐쇄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의 70%가 일정 베팅액이 모이면 폐쇄하고 잠적하는 '먹튀 사이트'"라며 "단속도 중요하지만 이런 사실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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