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가 근거로 제시한 관계 법령은 이름도 복잡합니다.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이라는 대통령령에 근거한다고 합니다.
다른 정부 부처의 인력이나 예산을 지원을 받는다면 신설 조직이 되기 때문에 행자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교육부 내의 인력으로 운영하는 것은 장관의 권한이라는 겁니다.
정부 조직을 총괄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이니 틀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 덕분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황우여 교육부장관 곧바로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회견의 요지는 교육부 인력가지고 운영하는 것은 장관 고유권한이니까 더 이상 야당은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TF팀이 '비선조직'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편찬을 위한 제도적, 법률적인 지원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한 점은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마치 첩보작전을 방불하는 형태로 업무를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면 왜 이렇듯 비밀스럽게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문제가 없다면 야당의원들이 찾아왔을 때 왜 부랴부랴 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을 커튼으로 가린 채 어둠속으로 숨어든 걸까요?
작업을 하던 컴퓨터까지 들고 나갔다는 것은 '알려져서는 안 될' 뭔가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떳떳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면서, 공론화 작업도 없이 이렇듯 불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는 걸까요?
차분하게 예산안을 설명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교과서와 관련된 부분이 나오자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고, 눈빛도 매서워졌습니다.
그리고 '국정교과서의 역사왜곡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왜 '국정교과서를 어떻게든 만들어내지 않으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사학자 대부분이 반대하고, 여론도 돌아선 국정 역사교과서를 '비선조직'을 움직여서라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여기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해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역사교과서도 '역사'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걸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