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논의 없다"더니…아니 땐 굴뚝에 '사드 배치설'

록히드마틴 부사장 "양국 정책당국자간 사드배치 협의 진행중"

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The U.S. Army flicker)
미국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제작업체의 기자회견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이 재점화됐다. 한미 양국 정부가 30일 “관련 협의는 없다”고 반박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 트로츠키 록히드마틴 부사장은 미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미) 양국의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지금 (한반도 사드 배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이 양국 정부의 동향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공식적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 국방부도 “논의된 바가 없다. 미국이 우리에게 논의를 요청해온 바 없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러 정황상 록히드마틴의 ‘폭로’를 단칼에 내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아무리 큰 방산업체라 해도 결국은 일개 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근거도 없이 ‘미국 정부’를 함부로 거론했을 리 없다는 이유에서다.

스스로 기자들을 불러들여 민감한 사안을 언급했을 때는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록히드마틴은 “한국에 사드 정보를 제공했다”거나 “11차례 요격시험에서 100% 성공했다”는 등 ‘제품 홍보’만 해왔지, 이번처럼 ‘소비자의 동향’을 공개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그동안 지속된 미국 정부의 진화노력에도, 미국 당국자들의 한반도 배치론이 해마다 등장했던 점 역시 미국 측 반박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공식적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번 반박도 뒤집으면 ‘비공식적 논의’는 있다는 뜻이 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
국회 국방위 여당 관계자는 “록히드마틴의 당당한 언급도 수상하고, 양국 정부 사이에 논의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지난달 계룡대 국감에서 공군총장이 ‘사드 비용’을 정확히 답한 것도 양국 논의의 산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콕 찝어 ‘몇조원’이라고 답한 총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지난달 22일 공군본부 국정감사 때 ‘사드 배치에 드는 비용이 얼마냐’는 질의를 받고 “대략 3조원 플러스 마이너스 수준”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음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SCM 직전에 이 문제가 공론화된 이상, 특히 북한 핵·미사일 대응전력 측면에서 양국 국방장관들이 관련 언급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국방위 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흐름이나 공교로운 시점을 보면 록히드마틴 주장이 맞는 것같다. 이번 SCM에서 한반도 배치 문제도 논의될 것”이라며 “우리 국방부는 ‘안 한다’고 줄곧 부인하다, 결국 SCM 뒤에 전시작전권 전환을 연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도 주한미군이 도입하는 형식으로 해결해, ‘우리 국방예산은 한푼도 안 든다’고 핑계를 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정부가 실제로는 전세계 사드의 실전배치에 신중하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 배치론에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미국이 사드를 배치할 준비가 하나도 안돼 있다. 미사일방어(MD) 체계 예산이 올해 전액 삭감돼 있는 실정”이라며 “SCM에서의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록히드마틴 쪽에서 뭐든 나오기만 하면 쟁점이 되는데, 이번 주장은 근거없는 얘기”라며 “미국 정부 내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하급자와 고위 인사의 입장이 다르다. 록히드마틴이 일부의 입장만 따서 선전전을 벌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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