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뛴다…'허슬두' 투혼, 두산 우승의 힘

"아프다." NC와 플레이오프에서 파울 타구에 맞아 부상을 당했지만, 진통제를 먹고 출전을 강행한 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의 우승은 '투혼'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지난 19일 NC와 플레이오프 2차전. 4회 수비 과정에서 포수 양의지가 NC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맞았다. 5회 타석에는 섰지만, 이후 수비에서 교체됐다. 병원으로 향한 양의지는 오른쪽 엄지발가락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고, 3차전에 결장했다.

하지만 1승2패로 몰리자 다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진통제를 먹고 출전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통증을 안고 뛰었다. 1~5차전을 치르는 동안 교체 한 번 없이 안방을 지켰다. 김현수는 "뼈에 금이 갔는데도 저렇게 뛰는데 우리가 어떻게 열심히 뛰지 않겠냐"고 양의지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비록 양의지는 4차전까지 타율 1할4푼3리에 그쳤지만, 5차전 1회말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무엇보다 교체 없이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두산 투수진을 이끌었다. 두산 투수진은 1차전을 제외하고 경기 당 2점도 안 내줬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정수빈이 다쳤다. 정수빈은 번트를 시도하다가 왼손 검지손가락을 다쳐 6바늘을 꿰맸다.

장기인 수비가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정수빈은 빠른 발과 타격으로 두산 우승을 맨 앞에서 이끌었다. 검지손가락을 쭉 편 채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오히려 "손가락을 다쳐 타격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투혼을 보여줬다.

아픈 손가락으로도 4차전까지 타율 5할5푼6리를 쳤던 정수빈은 5차전 7회말 3점 축포를 쏘아올리는 등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아파도 계속 뛸 수 있습니다."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하고도 3차전부터 출전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정수빈.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대신 정수빈의 수비 공백은 동료들이 메웠다. 중견수로 옮긴 민병헌은 "다들 잔부상이 있지만, 수빈이도 뛰는데…"라고 말했고, 정수빈이 지명타자로 들어가면서 우익수로 출전 기회를 잡은 박건우도 "수빈이를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수비 공백을 메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둘 뿐 아니다. 몇몇 선수들도 통증을 안고 뛰었다.

허경민은 3차전에서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왼 발등을 맞았다. 통증이 있었지만, "내 뼈는 아주 튼튼하다"면서 짐짓 여유를 보였다. 양의지와 정수빈의 부상 투혼이 허경민에게도 이어졌다.

허경민은 4차전에서 2안타와 함께 9회초 1사 만루에서 결정적인 수비로 두산 승리에 힘을 보탰다. 또 포스트시즌 23안타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4차전 동점을 막는 수비도 일품이었다.

마무리 이현승도 마찬가지다. 이현승은 플레이오프 5차전 3이닝 투구를 비롯해 한국시리즈에서도 4⅓이닝을 던졌다. 김태형 감독도 "지금 많이 던지고 있는 편이다. 그래도 마무리가 피로 때문에 안 던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3차전에서 김상수의 타구에 왼쪽 허벅지를 강타 당했다.

하지만 꾿꾿하게 마운드를 지켰고, 4차전과 5차전에서도 두산의 뒷문을 책임졌다.

두산의 캐치프레이즈는 '허슬두(hustle+두산)'다. 허슬은 야구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투혼이다. 아파도 참고 뛰는 투혼이 14년 만의 두산 우승의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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