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5차전에서 못 꺼냈던 니퍼트 카드, 이번에는 성공

"불펜 불안? 내가 막겠습니다." 마지막 5차전에서 유희관 다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굳힌 더스틴 니퍼트.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2013년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5차전. 3승1패로 앞서고 있던 두산은 5차전에서 패한 뒤 6~7차전을 내리 져 준우승에 그쳤다.

6회까지 5-5로 팽팽한 상황. 지면 끝인 삼성은 6차전 선발 등판 예정이었던 릭 밴덴헐크를 7회 투입하는 강수를 던졌다. 반면 이기면 끝인 두산은 6차전 선발 예정인 더스틴 니퍼트와 7차전 선발 차례였던 유희관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끝내 아꼈다. 결국 8회초 2점을 내주면서 주저앉았다.

2년 후 다시 3승1패로 앞선 상황.

두산 김태형 감독은 31일 삼성과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2013년에는 동점이어서 니퍼트를 투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다음 경기 선발을 미리 내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기를 잡으면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끝내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니퍼트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역투를 펼쳤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 2실점했지만, 6회초 2사부터 플레이오프 1차전과 5차전,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24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불펜이 불안한 두산으로서는 승리를 굳힐 때 가장 믿음직한 카드였다.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도 대기한다"면서 "앞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조금 일찍 나올 수는 있다"고 말했다.

선발 유희관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7회초 무사 1, 3루 위기를 맞자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렸다. 9-1 넉넉한 리드였지만, 경기를 그대로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사흘 휴식 후 중간 계투 등판. 니퍼트는 조금 흔들렸다. 이지영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1점(유희관 실점)을 줬고, 대타 채태인, 구자욱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니퍼트는 배영섭과 야마이코 나바로를 차례로 돌려세우며 최소 실점으로 위기를 마무리했다.

니퍼트는 8회초에 이어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9회 1사 1루에서 마지막 영광은 마무리 이현승에게 돌렸다.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는 양보했지만, 올 가을 가장 빛난 투수는 니퍼트였다. 포스트시즌 무실점 기록은 26⅔이닝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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