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귀막은 '불통'정부…국정화 고시확정 예고

확정고시일 이틀 앞당기며 강행의지 내보여…시민사회·학계 반발 거셀듯

박근혜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사회 각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고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국민 여론수렴을 위한 행정예고 기간 중에 확정고시 발표를 예고해, 여론수렴을 외면한 것은 물론 행정절차법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역사교육 정상화와 관련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공식 발표한다.

정부는 당초 오는 5일 확정고시를 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이틀 앞당겼고, 미리 언론에 알렸다.

행정절차법은 행정예고 기간 중 접수된 의견을 검토하고 처리결과를 바로 의견 제출자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시민단체가 2일 정부세종청사를 직접 찾아 전달한 반대 의견서와 반대서명 100만여건, USB에 담은 13만명치 온라인 서명은 고시를 하루 앞두고 행정절차법에 따라 검토도 되지 않은 채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새정치연합 교문위원들은 "2일 자정까지는 국민의 찬반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인데 내일(3일) 확정고시 예정을 밝혔다는 것은 국민의견 수렴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역사학계와 교육계, 학생, 학부모, 시민사회 단체 등을 중심으로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국정화 반대여론에 처음부터 귀를 막은 셈이다.

정부의 '일방통행'은 처음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의견수렴'을 하겠다던 지난 20여일동안 반대 움직임에 대항해 대대적인 거짓홍보에만 몰두해왔다.

정부 여당은 수정명령을 통해 수정되기 전 교과서 내용을 마치 현 교과서 내용인 것 처럼 국민에게 홍보하며 '색깔론'을 부추기고 위기감을 조성했다.

국정화 예비비 44억원중 절반을 '거짓' 홍보비에 쓰면서도 야당에는 예비비 관련 자료 제출을 끝내 거부했다.

더욱이 황우여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국정화와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발언하기 전부터 정부는 비밀리에 '국정화 TF'를 가동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으로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대치국면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5일 확정고시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3일 확정고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강경 대응 방침을 굳혔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8월 세월호 사태 이후 1년 2개월만에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이 참여하는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새정치연합은 3일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기로 했고 정기국회 의사일정 거부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계류 법안 등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야당을 더 자극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표는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후 일어나는 여러 혼란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 당은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대국민서명운동을 계속하는 한편 확정고시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도 제기할 계획이다.

역사학계와 시민사회 단체도 교과서 집필거부, 대안교과서 제작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치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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