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美 연말 금리인상…한은 "예상한 일"

한은, "美 금리인상해도 완화적 통화기조 유지"

미국 연방준비제도 <자료사진>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4일(현지시각) 비교적 분명한 어조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옐런의 언급은 연내 인상에 대한 강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비록 일자리가 늘고 연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달성해야 한다는 기존의 금리인상 전제 조건을 재확인했지만 현재의 미국 경기 흐름에 대해 내수를 바탕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한 점은 현재의 성장경로가 유지된다면 12월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란 의미로 읽힌다.

특히 연준이 올 들어 연내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지만 9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를 계기로 내년 이후로 연기되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옐런은 시장의 신뢰를 급격히 상실했다. 그런 그가 이 시점에서 연내 금리인상 불씨를 다시 살리는 발언을 한다는 건 그만큼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 한국은행 "금리 인상 가능성 예상한 일"


옐런의 발언에 대해 한국은행은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은 관계자는 “옐런의 이날 발언 이전부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봐 왔다”며 “통화정책도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전제로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내년 3월에 올릴 바에야 12월에 올리는 것이 연준 입장에서는 낫을 수 있다. 내년 3월에 올릴 경우 효과 면에서는 12월과 별 차이가 없으면서 연내 인상을 강하게 시사해온 연준의 신뢰만 실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날 옐런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경기가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 기조를 이어가는 것도 12월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은은 연준이 12월 금리를 올리더라도 지금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통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향후 통화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국내 경제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성장세를 계속 지원하는 쪽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 통화정책에 미칠 파장은?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그동안 연준이 천명해온 대로 완만해야 하고, 또한 미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금융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외환방어막도 충분한 여력을 갖춰야 한다.

한은이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이 두 측면에서 안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속도를 완만히 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해 왔고, 또 지금의 세계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인상 속도를 빨리 가져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우리 경제의 외환방어막도 견실하다. 외환보유액, 국제수지 흑자, 단기차입금 비중 등에서 상당히 양호하고, 이는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원화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등 다른 신흥국과 분명한 차별을 보인 데서 이미 확인됐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미국이 12월 금리를 올린 이후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하하자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져올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인하 목소리가 잦아진 상태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올린 뒤 우리나라에 별 다른 파장이 없고, 경기회복도 지지부진하다면 금리 인하 요구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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