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 논란…업계 "누구를 위해?"

강제·대규모 구조조정 임박…'흑자 전환' 한진해운 여유, '적자 지속' 현대상선 불안

국내 해운업계 1위인 한진해운과 2위인 현대상선의 합병설이 제기됐다. 정부가 서둘러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해운업계는 강제 구조조정의 서막이 올랐다는 불만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 국내 해운업계 침체 장기화

현재 국내에 등록된 해운 선사는 모두 200여개 업체에 이른다. 이들 해운 선사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선박 수출입 물량이 급감한데다, 화물운임도 절반 가까이 폭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9일 발표한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해운업 업황 BSI는 컨테이너선이 83으로 9월에 비해 6포인트나 하락했다. 또, 철강석과 석탄 등 원자재를 운반하는 건화물선의 경우 업황 BSI가 43으로 무려 12포인트나 급락했다.

이에 반해, 유조선 부문은 평균 운임이 지난 8월부터 크게 오르면서 10월 업황 BSI가 올해 최대치인 88로 9월에 비해 14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 10월 국내 해운업체의 자금사정 BSI는 79로 9월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경우 89로 무려 11포인트나 급락했다.

◇ 해운업계 구조조정 논란…한진해운·현대상선

이처럼 국내 해운업계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매출액 1위인 한진해운과 2위인 현대상선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1977년 설립된 국내 1위 해운사로 금융위기 이후 적자가 이어지면서 최근 10분기 누적 적자 규모가 3,2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수송 물동량이 점차 늘어나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하는 등 경영수지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물동량은 부산항 선적기준 2013년 167만teu에서 지난해는 184만teu(수출입 72만, 환적 112만)로 10.2% 증가했다. 이에 반해, 현대상선은 수송 물동량이 계속해 감소하고 있다. 2013년 156만teu에서 지난해는 138만teu(수출입 71만, 환적 67만)로 무려 11.5%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 저유가 효과로 10분기만에 처음 흑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며, 최근 10분기 누적 적자액이 6,700억원에 이른다.

◇ 정부, 합병성 부인…한진해운 '여유' vs 현대상선 '긴장'

이처럼 해운업계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부터 정부 내부적으로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 얘기가 나왔다.

결국,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구조조정 실무회의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구조조정 방안을 2차 차관회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의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9일 발표한 해명자료를 통해 "자발적 합병을 권유하거나 강제합병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해수부도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수출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와 부산항의 환적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양사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며 는 합병설을 부인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선 두회사의 운항노선이 달라야 하는데, 한진과 현대는 유럽과 미주지역을 운항하는 장거리 노선이 같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없다"며 "두 회사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해운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해 "각 회사들이 마련하는 자구계획에 따라 주채권은행 등이 이에 필요한 지원 여부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에 대해 여운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던 얘기"라며 "이번에 합병설을 흘린 만큼 결국엔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두회사 합병이 추진될 경우 한진해운은 그나마 흑자로 전환돼 한결 여유가 있지만, 적자를 보고 있는 현대상선은 불안할 것"이라며 "현대상선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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