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KFX 드라이브'에 '브레이크' 걸 수 있나

예결위원장 예산증액 거론, ADD 기술력 과시…'죽음의 행진' 우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KF-X 사업 관련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우측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대통령의 사업 허가와 국회 예결위원장의 ‘예산 증액’ 검토에 이어, 연구기관의 핵심기술 공개까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환경이 착착 조성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방위가 공청회를 열고 사업 타당성을 규명한다는 방침이지만, 정권 차원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오는 17일 KFX 사업과 관련해 찬성측과 반대측 각 3명씩 6명의 전문가를 출석시켜 공청회를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찬성측 진술인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이범석 부장, 항공안전기술원 이경태 원장, 한양대 기계공학부 조진수 교수 등이다. 반대측 진술인으로는 골든이글공학연구소 전영훈 소장, 한국산업연구원 방위산업팀 안영수 선임연구원,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 이희우 소장이 출석한다.

앞서 국방위는 ‘11월 중 추가 논의에서 결과가 마련되면 예결위는 이를 예산안 심사에 반영해달라’는 조건을 달아 KFX 정부 예산안 670억원을 통과시켜 예결위에 넘겼다. 공청회는 국방부가 예결위에 제시할 ‘논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작업이다.

공청회 뒤 국방위가 사업 재검토나 예산 감액으로 결론을 내는 경우, 내년도 KFX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국방위 결론이 예산 감액으로 나오지말라는 법은 없다. 명백히 문제라는 게 드러나면 국방위는 물론, 예결위에서도 누가 원안통과를 고집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사업이 제때 성공할 수 있도록 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나와 KFX 사업이 사실상 정권 차원의 핵심과제가 된 점을 감안할 때, 국방위의 견제 능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대통령의 ‘윤허’ 이후 국회 예결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은 이달 1일 “사업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면서 KFX 예산의 증액을 시사했다. 6일에는 ADD가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등 개발 중인 핵심장비의 시제품을 언론에 공개했다. 여당의 정책추진 의지와 연구기관의 기술력이 과시된 셈이다.

국방위의 다른 관계자는 “소관 상임위가 신중을 기하는 사업에 대해 예결위원장이 대놓고 예산 증액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보안성이 중시되는 핵심 방산장비가 대거 공개된 것도 이례적”이라며 ”사실상 정권 차원의 드라이브가 걸린 이상, 상임위 차원의 성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하라고 했는데 국방위가 사업 재검토를 요구한들 소용이 있겠느냐”며 “여당 뿐 아니라 야당 의원 상당수도 자주국방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리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진술인이 찬반 동수로 구성돼 이견이 팽팽한 경우 국방위 차원의 결론 도출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큰 점, 국방위가 예산 삭감을 결정하더라도 예결위를 법리적으로 구속할 수 있느냐는 점 등도 한계로 거론된다.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현 상황이 외국의 실패를 답습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이스라엘은 1980년대, 일본은 1990년대 각각 자체 전투기 제작에 성공했지만 생산비 급상승 탓에 소량 양산 뒤 사업을 폐기했다.

김 단장은 “KFX사업이 이제는 정권의 프로젝트가 돼버렸다. 이렇게 되면 누구도 반대 목소리를 못 내고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KFX사업도 일본이나 대만·이스라엘처럼 추진하다 중단되는, 말 그대로 ‘죽음의 행진’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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