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소비한 '블프'의 그늘…가계 마이너스대출 2조 급증

10월 마이너스 대출 2조원 증가…5년 5개월만에 최대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추진한 ‘블랙프라이데이’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높이데는 기여했지만 가계부채를 악화시키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15년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마이너스대출은 2조원 증가해 월간 기준으로 지난 2010년 5월(2조7천억원) 이후 5년5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 달 전(2천억원)보다 1조8천억원, 지난해 같은 달(9천억원)보다는 1조1천억원이나 많은 것이다.

10월 마이너스 대출이 급증한 데 대해 한은은 추석연휴와 함께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 기간(10월1일~14일)에 사용한 신용카드 결제대금 수요가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즉 추석과 블랙프라이데이 때 사용한 카드대금 결제를 위해 마이너스 통장 대출을 늘렸다는 것이다.


작년과 올해 추석 연휴가 모두 같은 9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10월 증가분의 대부분은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로 분석된다.

실제 작년과 올해 9월 마이너스 대출은 각각 2천억원씩 같은 규모로 증가했다. 그러나 10월의 경우 작년에는 9천억원 증가했지만 올해는 2조원이나 급증했다. 증가분 1조1천억원의 상당 부분이 블랙프라이데이 때 사용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의 결제 대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한은 시장총괄팀 이정헌 차장은 “10월 마이너스 대출이 급증한 것은 공모주 청약을 위한 자금 마련 등의 요인도 작용했지만 기본적으로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한 22개 업체 매출이 전년보다 20.7%(7,2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4분기 민간소비를 0.2% 끌어올리면서 경제성장률을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블랙프라이데이 때 지불한 돈의 대부분은 은행 빚이었던 셈이다. 즉 빚을 내 소비를 늘렸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 증가로 당장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가계 빚도 늘려서 가뜩이나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부작용도 초래했다는 점이다.

빚을 내 하는 소비는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하는 것으로 결국은 미래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소비증가가 공급을 늘려 경기회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보다는 경기침체의 골을 더 깊게 하는 위험이 크다.

당장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단기처방보다는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인 요인을 제거하는데 정부가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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