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SBC)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에서 2승1패를 기록 중이다. 일본과 개막전에서 0-5 완패를 안았지만 이후 도미니카공화국에 10-1 대승, 베네수엘라에 13-2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특히 타선이 활황세다. 11일 도미니카전에서 장단 11안타로 10점을 뽑아내 대표팀은 12일에는 장단 14안타 13득점으로 베네수엘라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도미니카는 미국에 11실점했지만 일본에는 4점만 내줬다. 베네수엘라도 앞서 멕시코에 6실점, 미국에 5실점한 팀이다. 물론 등판한 투수들과 상대 타선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 타선이 살아난 것만큼은 확실하다.
▲韓, 日 광속구에 당했지만 눈은 호강했다
당초 한국 타선은 일본과 1차전에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안타 7개를 때려냈지만 무득점에 머물렀다.
특히 일본 괴물 선발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에 6회까지 2안타 2볼넷으로 묶였다. 오타니는 최고 구속 161km의 광속구와 147km까지 나오는 포크볼로 한국 타선을 봉쇄했다. 한국은 삼진을 무려 10개나 당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나머지 5안타는 오타니가 내려간 이후에 나왔다.
하지만 굴욕의 일본전은 한국 타선에 자극을 줬다. 타자들은 161km의 강속구를 뿌린 오타니의 괴력에 눌렸지만 눈은 적응력을 키웠다. 오타니 이후 나온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의 최고 155km 속구도 한몫했다.
155km 이상 강속구를 봤던 한국 타자들에게 140km 후반 마쓰이의 공은 상대적으로 쉬워보였다. 다만 이후 교체 투입된 3명 타자들이 침묵하면서 한국은 득점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도미니카와 베네수엘라 투수들의 공은 일본과는 격이 달랐다. 특급 투수들의 공이 눈에 익은 한국 타자들에게 140km대의 공은 먹혀들지 않았다. 비록 한국은 도미니카 선발 루이스 페레스에 6회까지 무득점으로 고전했지만 강민호(롯데), 정근우(한화)의 잘 맞은 타구가 직선타로 잡히는 등 타격감은 올라오는 상황이었다.
▲구속의 상대성 이론의 현실화
결국 한국 타선은 도미니카전 7회 폭발했다. 시발점은 이대호였다. '조선의 4번 타자'는 0-1로 뒤진 7회 통렬한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때려내며 물꼬를 텄다. 이후 대표팀은 8회 5점, 9회 3점을 폭죽처럼 터뜨렸다.
일본전이 한국 타선을 일깨운 계기가 된 모양새다. 정규시즌 이후 실전 감각이 부족했던 타자들이 평소 KBO 리그 투수들보다 더 빠른 공을 치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클래스가 달랐던 강속구는 눈과 몸의 반응 시간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투수들의 각기 다른 구속의 상대성은 KBO 리그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넥센의 필승조 3인방이 대표적인 예다. 넥센은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구속이 가장 빠른 조상우를 투입해 효과를 봤다. 그러나 이후 투입된 한현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현희도 사이드암 투수로는 빠른 140km 후반대의 공을 뿌리지만 조상우는 더 빠른 최고 154km의 공을 던졌다. 조상우의 공이 눈에 익은 SK 타자들은 한현희의 공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던 것이었다. 이용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조상우의 공에 익숙해진 SK 타자들이 한현희의 공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한국 대표팀도 일본 투수들의 공을 눈에 익힌 뒤 도미니카와 베네수엘라를 대파했다. 완패는 뼈아팠지만 오타니의 괴력이 한국 대표팀에 아예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다시 만난다면 되돌려줄 것도 있다. 타격감을 살릴 대로 살린 한국은 14일 멕시코, 15일 미국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