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논란을 빚은 '물수능'도, 예년의 '불수능'도 아니었지만 교육당국이 누차 공언했던 '쉬운 수능' 기조와는 상당히 어긋나서다.
'물'이라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손댔더니 '펄펄 끓는 물'이었다는 수험생들의 푸념은 그래서 나온다.
이날 가채점을 마친 서울여고 김희원 양은 "TV에서 말한 것처럼 물수능은 절대 아니다"라며 "친구들도 어제 전화왔는데 같이 몇시간 동안 울고 해서 오늘 아침 눈이 다 부었다"고 했다.
서초고 박지영 양도 "시험장에서 수리를 본 다음 중도 포기한 학생이 있을 정도였다"며 "재수해야 하는 생각에 우는 애들도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3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능을 준비해온 몇 년간은 물론, 심지어 전날 수능이 끝난 이후까지도 출제기관이나 입시기관 모두 "작년 수능처럼 쉬웠다"고 입을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런 전망들은 모두 빗나가고 있다. 이날 속속 속속 공개되고 있는 입시기관들의 가채점 결과 및 정시 합격 전망치는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매우 어려웠던 국어B의 1등급 커트라인이 다소 올랐을 뿐, 국영수 모든 영역에 걸쳐 1등급컷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경우 국어A는 96점, 국어B는 94점, 수학A는 94점, 수학B는 96점, 영어는 94점에서 1등급 컷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탐구의 경우 생활과윤리·한국사·한국지리는 50점, 동아시아사는 46점으로 예측됐다. 과학탐구에서도 지구과학은 50점, 화학I과 II·물리I은 47점인 데 반해 생명과학I은 43점으로 예측됐다. 선택과목에 따라 희비가 갈릴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임성호 대표는 "작년의 국어B가 '최악의 불수능'이었던 것처럼, 올해는 국영수 전체가 '불수능'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메가스터디 집계에서도 국어A는 96점, 국어B는 94점, 수학A는 94점, 수학B는 96점, 영어는 94점으로 비슷한 수준의 1등급컷 전망치를 나타냈다.
남윤곤 입시전락연구소장은 "영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36점을 나타내는 등 국영수 모두 작년 수능에 비해 상당히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능이 쉬우면 전체 평균 대비 수험생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낮아지고, 어려우면 반대로 높아진다.
올해 수능이 작년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시 전형 합격선도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이투스교육은 인문계 최상위권 학과의 경우 390점, 자연계 주요 의대는 380점을 제시했다. 또 일명 '인서울' 커트라인의 경우 인문계는 343점, 자연계는 331점선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종로학원하늘교육도 서울대 의예과 393점, 성균관대 의예과 391점, 고려대 경영대학 391점, 연세대 의예과 392점 선으로 예측했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등급 구분점수 추정치를 참고해 수시모집의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되면 대학별고사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투스 이종서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자연 계열은 수학 영역의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며 "변별력이 높았던 국어와 영어, 탐구 영역에서 얼마나 비교우위를 갖느냐가 정시 지원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