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유병훈 "후배들아, 불법 도박 생각도 하지마"

LG 유병훈은 지난 11일 프로농구 홈 경기 때 팬들 앞에 서서 공식 사과하는 자리를 가졌다. 유병훈은 13일 2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마치고 복귀했다 (사진 제공/KBL)

"찾아가서라도, 어제 오늘까지 했다면 내일부터는 절대 생각도 하지 말고 오로지 목표 하나, 농구 하나를 위해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프로농구 선수들이 코트에 복귀한다. 창원 LG의 유병훈이 경기 일정상 스타트를 끊었다. 유병훈은 13일 오후 창원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전에서 교체 멤버로 코트를 밟았다.

유병훈은 할당된 사회봉사 시간을 모두 채우고 코트에 복귀했다. 시간을 채우기 위해 경기 당일 오전까지 관련 시설을 찾았다. 창원 홈 팬들은 유병훈이 2쿼터 중반 교체 멤버로 투입되자 박수로 환영했다.

그러나 유병훈은 경기 전이나 끝난 뒤에도 마음이 무거웠다. 평생 지울 수 없는 멍에가 생겼기 때문이다. 유병훈은 사회봉사를 하면서 프로 선수로 활동할 수 있다는 자체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어디선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 채 불법 스포츠 도박에 관심을 기울이는 후배가 있다면 당장 찾아가서라도 말리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병훈과의 일문일답

-오늘 어떤 마음가짐이었나

"경기 전에 숙소에서 유니폼을 챙기고 준비하는데, 그동안 자연스러웠던 건데 신인의 느낌이랄까. 기대감도 있었고 걱정도 있었다.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코트를 밟을 때 소감은

"경기에 투입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팬들의 반응이나 외적인 부분보다는 경기에 대한 생각 밖에 없었다"

-징계를 받은 선수 중 처음으로 코트를 밟았다

"창원 팬 분들께서 워낙 열정적이시니까 어떤 반응이 나와도 겸허히 받아들여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격려해주시고 반겨주시니까 감사한 마음 밖에 없었다"


-사회봉사를 마치고 코트에 복귀했다

"어르신 분들과 몸이 불편한 장애인 시설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주어진 시간 때문에 시작했다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하면서 느낀 것이 많았다. 코트에서 뛸 수 있고 몸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부모님과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팀 동료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다. 앞으로 시간이 날 때 계속 찾아가서 하고픈 마음도 갖게 됐다"

-징계 기간에 어떻게 지냈나

"내가 잘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든 시간이 많았다. 주위에서 힘내라는 말 한 마디와 부모님 덕분에 버티면서 운동할 수 있었다"

-솜방망이 징계다, 자숙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도 많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올 시즌을 못 뛸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것 역시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른 방법으로 보답드릴 수는 없으니까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누군가는 지금도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찾아가서라도, 어제 오늘까지 했다면 내일부터는 절대 생각도 하지 말고 오로지 목표 하나, 농구 하나를 위해 집중하고 거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가장 크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무엇을 배웠나

"잃은 부분보다는 얻은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아직 모자라긴 하지만 그런 단계를 겪은 것 같다. 농구 선수 이전에 한 사람으로 가져야 할 인성이나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면서 더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된 것 같다"

-당분간 불법 스포츠 도박을 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 같다

"제가 농구를 그만하는 날까지 아마 붙을 것 같다. 다르게 보여드리기 위해 뭘 하는 것보다는 정말 마음으로 코트에서나 밖에서나 최선을 다한다면 조금씩 조금씩 감싸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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