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에서 난민을 통제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가운데 파리 테러가 터져 유럽연합(EU)의 난민 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여권과 지문을 분석한 결과 용의자 중 2명이 그리스에서 난민 등록을 한 후 프랑스로 흘러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 그리스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중동 난민이 급증하면서 난민을 위장한 테러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이에 유럽 당국자들은 난민 보트를 탄 테러리스트들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잠입할 수 있다고 꾸준히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한 차례 추방됐던 튀니지 출신의 알카에다 테러범이 난민으로 위장해 이탈리아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려다 체포됐다.
이 테러범은 이슬람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주의자)를 모집한 혐의로 징역살이를 하다 지난해 추방됐다.
알카에다 테러범과는 달리 파리 테러 용의자들은 난민으로 위장해 그리스 레로스 섬을 거쳐 프랑스에 도착해 끔찍한 연쇄 테러를 저질렀다.
이번 파리 테러는 유럽 각국의 난민 통제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파리 공격자들 가운데 일부가 유럽으로 건너온 난민이라는 소식으로 유럽 난민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 테러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유럽 국가들에서는 난민 대책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독일은 그동안 유보했던 더블린 조약을 모든 난민에게 다시 적용하기로 했다. 더블린 조약은 EU 권역으로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발 디딘 나리에서 망명 신청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조치는 시리아 난민에게 적용한 '묻지마 수용'의 폐기를 공식적으로 알리며 난민 정책을 포용에서 통제로 선회했다는 의미가 있다.
비교적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편 스웨덴도 지난 12일부터 열흘간 국경에서 검문검색과 여권 검사 등을 하기로 했다.
핀란드, 노르웨이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국경 통제와 이민자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최근 크로아티아 국경에 난민 유입을 통제하기 위한 철조망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파리 테러로 물밀듯이 밀려오는 난민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 정부는 파리 테러가 발생하자 난민을 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역내 난민들을 회원국이 나눠서 수용하자는 EU의 난민 정책에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이라는 점이 확실해지면서 이슬람 혐오증(이슬라모포비아)이 다시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리아 난민인 압둘 세람(31)은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될 것이라는 점이 두렵다"고 말했다.
최근 난민 정책을 포용에서 통제로 바꾸긴 했지만 그동안 적극적인 난민 수용 정책을 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AP통신은 "난민 정책을 오랫동안 반대한 극우세력뿐만 아니라 독일 국내외에서 난민 정책에 회의론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불똥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수용 계획에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인도주의적 정책의 하나로 2016년 회계연도에 시리아 난민 1만 명을 수용하고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미국이 난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파리 테러에서처럼 난민을 가장한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이 침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오바마 대통령이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