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하사의 치료비를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국방부가 국방예산이 아닌 직업군인들에게 강제모금을 통해 마련된 성금을 지원하며 생색만 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의당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이런 사실을 폭로하며 국방부에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이 확보한 국방부 공문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8월, 육군 전 간부 및 군무원들에게 목함지뢰사건으로 부상당한 두 하사의 지원을 위해 기본급의 0.4%를 모금액으로 내놓는 '성금자율모금지시' 공문을 내려보냈다.
모금방법은 '개인 희망에 의한 자율모금'이라고 했지만 기본급의 0.4%를 모금기준액으로 제시했고, 개인 입금이나 연대급 이하부대 입금은 금지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6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제거 작업중 폭발로 부상을 당한 곽 모 중사가 치료비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지난 9월 해당 부대에 공문을 내려보내 기본급의 0.4%를 모금액으로 내라고 지시했다.
심상정 대표는 "지금까지 군에서 부상 장병에 대한 민간병원 치료비는 민간 부담이 아니라 자율성금모금으로 마련했는데 이것이 장병들에게 강제적으로 징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장병이 다치면 치료비를 동료 장병에게 전가하는 행태"라며 "장병의 안위를 살피며 책임있게 국방 정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고 대통령의 위신만 챙기는 정권안보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대 국방개혁기획단장은 "국방부가 부상장병들의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율모금을 빙자한 강제 징수를 하고 있다. 속된 말로 장병들에게 삥을 뜯어서 장병들 스스로 부담을 지우도록 하는 아주 치졸한 행태"라며 "어떤 법이나 규정에도 없는 정당화할 수 없는 불법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대 단장은 "지뢰사건이나 낙하훈련 등 고위험 임무는 사고를 당하면 대부분 중상으로 치료기간에 수년이 걸리는데다 치료후에도 의수와 의족, 보형물 등 후속비용이 계속 증가하는데 군은 '대부분 30일이면 치료가 끝나고 그 이후에는 통원치료를 하기 때문'에 30일치 치료비만 부담한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상장병들이 민간병원 치료를 받을때도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하겠다'는 각서를 받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 10월말에 공수훈련 중이었던 특전사 부사관이 추락하면서 척추가 크게 다쳤는데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겠다고 하자 '자비의료위탁각서'를 받은 뒤 (민간)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신뢰가 가는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국방부나 군이 책임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모든 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이런 문제에 대한 제도적 해법을 준비중이다.
정의당은 곽중사 등 유사 사례를 수집해 국방부가 장병에 대해 헌법에서 정한 기본의무(헌법 제39조 2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행태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함께 조만간 주요 피해 사례의 당사자와 가족을 국회에 초청해 공청회를 열고, 이를 바탕으로 군인의 권리에 대한 포괄적인 규범체계인 '군인권리기본법(가칭)'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