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국은 오타니의 괴력에 한번 당했다. 지난 8일 대회 개막전에서 오타니는 한국 타선을 6회까지 10탈삼진 2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시속 161km까지 나온 광속구와 어지간한 투수의 직구인 147km 포크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김현수(두산)만이 유일하게 정타로 안타를 뽑아냈을 뿐이었다. 박병호(넥센)의 2루타가 나오긴 했으나 힘으로 밀어낸 타구가 1루수 키를 살짝 넘어가는 운도 따랐다. 오타니는 이후 10일 동안 힘을 비축한 뒤 등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개막전과 4강전 장소가 다르다. 야구에서 가장 민감한 포지션인 투수인 만큼 미묘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8일 개막전은 오타니의 홈 구장인 삿포로돔이었다. 굳이 대만에서 열린 예선 일정 중 한일전만 따로 뺐는데 그게 하필 삿포로돔인 이유도 오타니에 있었다는 추측이 나온 이유다. 올해 오타니는 삿포로돔에서 11경기 8승1패 평균자책점(ERA) 2.30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4강전이 열리는 곳은 도쿄돔이다.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으로 명문 요미우리의 홈이다. 올해 오타니는 도코돔에서 1경기 등판해 6이닝 동안 홈런 포함, 7피안타 6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폭투도 2개를 던졌다.
1경기뿐이라 표본이 적지만 어쨌든 삿포로돔과는 다른 성적이다. 낯선 구장과 원정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퍼시픽리그 소속이라 센트럴리그 요미우리와는 교류전이 아니면 등판할 일이 적었다.
통산 성적도 썩 좋지는 않다. 오타니는 프로 데뷔 후 도쿄돔에서 올스타전을 포함해 3경기를 치렀다. 올해 7월 올스타전에서는 2이닝 2피안타 2탈삼진 1실점했다. 2013년 첫 등판에서는 6이닝 4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3실점했다.
6이닝 3실점이면 선발 투수의 덕목인 퀄리티스타트에 부합한다. 꽤 준수한 셈이지만 그러나 난공불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두 번째로 오타니를 만나는 한국 타선이 자신감을 더 끌어올릴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