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꼭두새벽 이코노미 vs 日 비즈니스 '한낮 여유'

'정말 힘빠지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일본의 편의를 위해 18일 꼭두새벽부터 짐을 싸 대만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반면 일본은 오후 여유있게 비즈니스 클래스로 귀국해 피로를 최소화했다.(자료사진=윤성호 기자)
4강전과 대망의 결승전을 남긴 야구 국가대항전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만에서 조별리그와 8강전을 끝낸 4개 팀은 일본으로 옮겨와 결전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대회는 개최국 일본의 편의를 위해 일정이 조정된다는 지적이 적잖다. 조별리그에서 일본만 낮 경기가 없던 데다 4강전 일정도 일본에 유리하게 짜여진 것. 한국은 11일 비로 1시간 정도 연기된 도미니카공화국과 야간 경기를 치르고 12일 낮 12시(현지 시각) 베네수엘라와 경기를 치러야 했다.

여기에 당초 한국은 16일 쿠바와 8강전을 치른 뒤 18일 오후 비행기로 일본으로 오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18일 아침 비행기로 일정이 변경되면서 새벽 3시부터 일어나는 강행군을 소화해야 했다.

일본 때문이었다. 8강전에서 일본이 지면 예정대로 4강전은 20일에 치러지지만 일본이 이기면서 한국과 4강전을 하루 앞당겼기 때문이다. 21일 결승을 앞두고 하루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하려는 속셈이었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일본은 18일 오후 느긋하게 귀국길에 오른 사실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널찍하고 여유가 있는 좌석에서 편하게 여행을 했다. 피로도 면에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편의였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닛칸스포츠'는 19일자에서 "한국은 18일 오전 3시부터 기상해 대만에서 일본으로 오는 강행군이었고, 비행기 좌석은 이코노미였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대표는 오후부터 넉넉하게 이동했고, 비즈니스 클래스로 왔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 선수들의 울분도 전했다. 이 매체는 "(한일 선수들 간) 대우의 차이에 한국 대표 일부에서는 불만도 새나왔다"면서 "최고조의 동기 부여와 헝그리 정신이 일본 대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147억 원의 사나인데...' 박병호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은 일본의 노골적인 횡포에 분개하면서 19일 4강전을 통해 설욕을 노리고 있다.(자료사진=윤성호 기자)
한국도 예정대로 오후 비행기로 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쿄돔에서 적응 훈련을 위해 새벽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공식 훈련 시간이 오후 4시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선수들이야 도쿄돔에 익숙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경기장 적응 훈련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정이었다. 4강전이 하루 당겨지지만 않았어도 하지 않았을 고생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최대한 선수들을 배려했지만 불편함을 완전히 해소할 순 없었다. KBO 관계자는 "비즈니스 좌석을 최대한 확보했더니 12석이 나오더라"면서 "코칭스태프와 고참, 덩치 큰 선수들에게 배정하고 나머지 선수들도 비상구 쪽 좌석을 최우선으로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좌석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본은 오후 5시 30분 도쿄에 입국했다. 이후 8시부터 도쿄돔에서 훈련을 소화했다. 4강전 경기 시각인 7시와 비슷한 맞춤 훈련인 셈이었다.

프리미어12는 WBSC와 일본이 의기투합해 열리는 대회다. WBSC는 메이저리그가 주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항할 국제대회를 만들었고,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를 정식 종목에 넣기 위해 WBSC와 공조가 불가피한 상황.

여기에 일본이 스폰서로 참여한 만큼 개최국에 편의를 봐주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일본의 우승을 만들어주기 위한 속내는 다른 국가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이런 불쾌감을 사고 우승하는 것이 일본의 목적이라면 다른 국가들은 들러리밖에 안 된다는 사고 체계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이렇게 상대를 피로하게 만들고 이기면 떳떳한 우승일까. 해도 너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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