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선수들은 지쳐있었다. 일본 삿포로돔에서 개막전을 치른 뒤 대만으로 건너갔고, 조직위원회의 엉터리 운영에 경기장도 바뀌었다. 또 일본의 꼼수에 4강 일정까지 변경되면서 새벽 같이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기도 했다. 휴식이 필요했다.
몇몇 선수들만 도쿄돔으로 나와 특타를 했다. 말 그대로 자율이었다. 김현수를 비롯해 민병헌, 허경민, 나성범, 황재균이 방망이를 들고 도쿄돔으로 향했고, 투수조는 훈련이 없음에도 김광현도 도쿄돔을 찾았다.
분위기는 최상이었다. 일본에 올 때만 해도 피곤함이 가득했지만, 일본전 승리와 함께 피로도 싹 날아간 듯 했다.
선수들은 농담과 함께 1시간 정도 가볍게 타격 훈련을 했다.
농담은 주로 일본 선발이었던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 타자들은 오타니에게 7회까지 단 1안타로 막혔다. 비록 9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지만, 오타니의 위력에 한국 타자들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김현수는 황재균을 향해 "오타니 공도 못 치냐"고 구박했다. 물론 김현수 역시 오타니에게 개막전과 4강전에서 5개의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그래도 안타를 쳤다"고 활짝 웃었다. 실제로 오타니는 개막전이 끝난 뒤 김현수를 가장 인상 깊은 타자로 꼽기도 했다.
오타니에 대한 감탄도 이어졌다. 김현수는 "오타니는 신(神)계에 있는 것 같다. 와일드하게 던지지도 않고, 부드럽게 던진다"고 감탄했고, 민병헌도 "오타니의 공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단기전이라는 특성도 있다. 열흘 쉬고 나오고, 페넌트레이스처럼 관리를 할 필요도 없으니 더 세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