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금지법'?…헌법재판소 "복장은 자유"

헌재 2003년 "집회 참가자는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해 집회 참가자들의 복면을 금지해야 한다고 발언한 직후 여당이 이른바 '복면금지법안'을 발의했지만, 과거 헌법재판소는 '복장의 자유도 집회의 자유'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10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소원 결정에서 "참가자는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집회·시위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서는 안된다는 이유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주최자는 집회의 대상과 목적, 장소, 시간에 관해, 참가자는 참가의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은 복장의 자유가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장될 뿐 아니라 복면 등의 복장이 폭력시위로 이어질 염려가 있더라도 사전에 규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지미 변호사는 "복면금지법이 헌재의 결정에도 반하지만 헌법에 있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도 위반된다"면서 "복면을 쓴 집회 참가자가 실질적으로 폭력 행위를 하지도 않았는데 개연성만 가지고 미리 처벌하겠다는 것은 형사소송법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는 집권세력에 대한 정치적 반대 의사를 공동으로 표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집회의 자유는 국가공권력의 침해에 대한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권"이라며 국가가 개인의 집회참가행위를 감시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함으로써 집회참가의사를 약화시키는 것 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다만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것은 평화적·비폭력적 집회"라면서 "폭력을 사용한 의견의 강요는 헌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단서조항은 폭력집회는 헌법에서 보호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의견의 강요일 뿐 표현의 수단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으로, 집회 주최자들이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헌재는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금지되고 축출돼야 하는 것은 폭력적·불법적 시위이지 개인의 정당한 기본권 행사는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정갑윤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31명이 25일 발의한 이른바 '복면금지법안'이 기존 헌재의 판단과 어긋나는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폭력시위를 막기 위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경찰 등 국가공권력에 또 하나의 무기만 쥐어주고 집회의 자유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이번에 여당이 다시 끄집어낸 '복면금지법안'은 FTA반대 집회와 관련해 17대 국회에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를 계기로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인권 침해 논란만 빚다 자동 폐기됐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2009년 6월 "복면금지법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하며 '집회의 자유에는 복장의 자유도 포함된다'는 헌재의 결정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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