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문재인, 소통 좀 잘 해라' 쓴소리

"야당 배 선장이나 하려고 싸우고 있다 암담" 일침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사진=윤창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공동지도체제)를 제안한 뒤 당내 분열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이 27일 문 대표의 소통 방식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5선 의원인 문희상 전 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으면 다른 최고위원들에게 전화를 하고 사전에 의견을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런 것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연석회의 이후 기자들을 만나 이런 내용의 문 전 부의장의 발언 등 이날 비공개 연석회의 내용을 전했다.


문 전 부의장은 또 "최고위 공식석상에서 한 번 말할 것이면 비공식적으로 10번이고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문 대표 등 다른 지도부에 대한 발언의 신중함도 요청하기도 했다.

문 전 부의장의 이런 발언은 문 대표가 최고위원 사퇴 등 현 지도부의 전면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문‧안‧박 연대를 제안하면서도 사전에 최고위원들과 아무런 상의를 하지 않아 절차적 문제가 제기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이날 자신에 대한 비판세력에 대해 "혁신을 거부하거나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아직도 대단히 강하다. 지금 저를 흔드는 분들은 실제로는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비판하면서 '문 대표 비판세력=공천권 요구세력'으로 폄하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오영식 최고위원은 문‧안‧박 연대 추진 절차의 문제점 등을 제기하며 27일 최고위원을 사퇴했다. 오 최고위원은 "제게 맡겨진 정치적 역할과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당 대표가 국민과 당원이 선출한 지도부의 거취 문제를 지도부와 단 한마디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했고, 대표를 따르면 선한 사람이고, 대표를 비판하면 악한 사람이라는 권위주의적 발상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여러차례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주 최고위원 등 호남의원 17명도 27일 "문재인 대표의 '당 대표를 비판한 의원들은 공천권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간주한 폄훼성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한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문 대표는 27일 연석회의에서 "사전에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과드린다. 공천과 관련된 일부 표현은 당 안팎의 자성과 언론의 지적을 토대로 한 원론적인 언급이었지 특정인이나 세력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널리 양해주길 바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 최고위원 등 호남의원들이 요구한 공개사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연석회의 직후 문 대표는 광주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변인에게 들으라. 대표가 왜 그걸(연석회의 내용을) 설명하겠나"라고 반문하며 공개사과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문 전 부의장은 당의 분열상황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문 전 부의장은 "지금 우리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며 "우리가 맞고 있는 이 상황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토록 원했던 민주주의 아니다. 권력에 의해 국회가 무시당하고 국민이 무시당하는 건 민주주의의 본질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함께 젖먹을 힘까지 합쳐서 싸워야 하는 이 때 우리 야당은 뭘 하고 있나. 배가 침몰 직전상태에서 배의 선장이나 하려고 죽기살기로 싸우고 있는듯 보인다"며 "그야말로 암담하고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혼자 살겠다고 호시탐탐 뛰어내리는 사람, 속수무책으로 우물쭈물 시간만 보내는 나를 포함한 지도부가 세월호 참사와 뭐가 다른가"며 "당이 살아야 문(문재인 대표)도 있고 안(안철수 전 대표)도 있고 박(박원순 서울시장)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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