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의 '비핵화 선언', 황당 반칙작전 사라진다

(사진 제공/KBL)
농구 코트에서 '핵전쟁'이 사라진다.

KBL은 27일 "최근 경기 후반 공격 의사가 없는 선수에게 고의적인 파울 작전이 빈번히 발생해 농구 특유의 박진감을 저해하고 관전의 흥미를 반감시킨다는 판단 하에 27일 경기부터 '스포츠정신에 위배되는 파울(U-파울)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L 경기본부는 '규칙의 정신과 의도 내에서 직접적으로 볼에 대한 플레이를 합법적으로 시도하지 않는 경우'에 U-파울을 적용하도록 명시돼 있는 경기규칙 제37조 1항을 적용해 최근 국제농구연맹(FIBA)에 질의한 결과, 규정 적용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KBL에서는 지난 8일 원주 동부와 전주 KCC의 경기를 통해 처음으로 '핵전쟁'이 등장했다. '핵전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농구 팬들이, 특히 미국프로농구(NBA) 팬들이 사용하는 용어다.

미국에서는 자유투가 좋지 않은 샤킬 오닐에게 일부러 반칙을 해 자유투를 던지게 하는 전술 '핵-어-샤크(hack-a-shaq)'가 유명했고 최근에는 '핵-어-(디안드레) 조던)'이 유행하고 있다. 팬들이 단어 '핵'을 따 '핵전쟁'으로 부르는 전술이다.

당시 동부의 웬델 맥키네스는 동부가 1점 차로 뒤진 4쿼터 막판 KCC 하승진에게 일부러 반칙을 했다. 하승진이 공을 들고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달라붙어 손으로 몸을 쳤다. 동시에 심판을 바라보며 빨리 휘슬을 불라고 눈치를 줬다.

하승진의 통산 자유투 성공률이 53%대라는 것을 감안한 작전이었다.

NBA에서는 4쿼터 2분 전부터는 이처럼 공격 의사가 없는 선수에게 일부러 반칙을 해 득점 확률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할 때 페널티를 부여한다. 자유투와 공격권을 같이 준다. 긴박해야 할 마지막 승부처가 과도한 반칙 작전으로 장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KBL에 도입하고 있는 FIBA 룰에는 이같은 규정이 없다. 맥키네스가 처음 선보인 이후 올 시즌 여러 선수들이 '핵전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의 양희종이 고의 반칙 작전을 피하기 위해 코트 밖으로 뛰어나간 장면은 유명하다.

다만, KBL은 지고 있는 팀이 승리의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시도하는 경기 막판 일반적인 반칙 작전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핵전쟁'을 경기의 룰을 준수하는 가운데 나올 수 있는 전술의 일종이라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지나친 활용은 경기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NBA에서도 몇년째 논쟁이 되고 있다. 특히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경기 막판이 아닌 중반부터도 '핵전쟁'을 일으키는데 팬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최근에는 '핵전쟁'의 대표적인 피해자인 LA 클리퍼스의 디안드레 조던에게 과도하게 반칙 작전이 펼쳐지자 불만을 품은 팀 동료 블레이크 그리핀이 상대팀 감독에게 욕설을 했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시즌 도중에 룰 적용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KBL도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핵전쟁'에 대한 팬들의 인식은 좋지 않다. KBL도 보다 재미있는 농구를 위해 이같은 결단을 내렸다.

사실 맥키네스가 '핵전쟁'을 시작하기 전까지 FIBA 룰에 이같은 맹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프로농구 감독들은 많지 않았다. 서로 알고 있었냐고 물었을 때 모른다는 대답이 더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KBL 룰 적용에 대한 현장의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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