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기술획득' 관건은 방사청의 협상력

방사청 능력 키우고, 범정부 차원의 대미협상 나서야

KF-X (사진=KAI 제공)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 뿐 아니라, 나머지 '21개 기술'의 확보 가능성마저 비관적 전망을 받는 가운데, 다음주부터 21개 기술의 이전 협의가 다시 진행된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운명을 짊어진 방위사업청은 기술이전 회피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미국과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2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21개 기술이전 협의를 위해 오는 30일 진양현 방위사업청 차장 등 실무협상단이 미국 워싱턴으로 떠난다. 지난주 서울에서의 1차협의에 이은 추가 협의다. 워싱턴에서의 협의가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 수차례 협의만 이어가면서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도 있다.

1차 협의 때 미국 측은 '원하는 기술을 좀 더 분명하게 세분화해 달라'면서 기술이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의 입지를 어느 나라에게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미 미국은 90년대 대만과 2000년대 일본의 자체 전투기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기술이전 제한, 설계변경 요구 등 개입을 통해 각국의 당초 계획을 축소시킨 것으로 지적된다. 양국이 최종 생산한 기체가 단발 엔진의 미국제 F-16을 빼닮은 것은 특징적이다.

KFX는 AESA 레이더 장착, 레이더 반사면적(RCS) 저감기술 적용 등 4.5세대 쌍발엔진 전투기를 목표로 한다. 미국제 F-35(대당 1700억원 이상)에 성능은 미달하지만, 대신 값(대당 700억원대 예상)이 싸 경쟁력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사청은 이같은 미국을 상대로 가능한 한 온전히 21개 기술을 받아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방사청이 보인 못미더운 행보는 협상력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국정감사 기간인 지난 10월8일 하루동안만 해도 "이미 21개 기술의 이전 승인이 됐다"고 했다가 "미국 정부에서 곧 승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아직 승인 안됐다)면서 갈팡질팡했다. 방사청 당국자들은 기술이전을 우려하는 취재진에게 "협상이 진행 중인데, 비관적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는 답할 게 없다"면서 소통을 회피했다.

국회 관계자는 "방사청은 4대 핵심기술 이전을 장담하다 좌절한 때를 비롯해, 언제나 자기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고 '왜 우리를 오해하는지 답답하다'고 항변만 하는 식"이라며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솔직해 보이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방사청의 협상팀이나 공보팀에 전문가들이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방사청은 '방산비리 예방'을 이유로 항공획득분야 사업단장에 육군을 앉히는 등 비전문가가 사업을 지휘해왔다. 아울러 방사청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대미협상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범정부 차원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최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이 합의한 '방산기술전략·협력체'를 조기 가동해 국방부·외교부 채널간 긴밀한 협의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군 관계자는 "21개 기술과 관련해서는 현재 협상 과정에 있을 뿐, 이전 불가로 확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 벌써부터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2~3년 뒤 예비설계 단계에 들어가서야 우리가 어떤 게 안돼 있다는 게 판가름난다"고 말했다.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도 "정부가 협상을 방사청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차기전투기로 사업위기에 처해 있는 F-35를 선정한 것은 미국에 엄청난 도움을 준 것인 만큼, 미국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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