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낱 도구였던 어린이합창단…명백한 아동학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수 (문화평론가)

지난주 가장 큰 화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였죠. 참 여러 가지 관련 뉴스와 동영상들이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린 동영상은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노래 부른 어린이합창단 동영상이었습니다. 단 이틀 만에 300만 뷰가 돌파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된 이 동영상. 보신 분들 계시겠지만 어린이합창단원들이 눈 내리는 매서운 한파 속에 얇은 단복 하나만 입고 온몸을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보여주기 행사를 위해서 아이들한테 외투 하나, 담요 하나 없이 추위 속에서 떨게 한 것이 아니냐… 주말 내내 여론 뭇매가 이어졌는데요. 그야말로 이 화제의 동영상에서 우리가 짚고 가야 할 부분은 뭔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짚어봅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성수 씨, 안녕하세요.

◆ 김성수> 안녕하세요. 김성수입니다.


◇ 김현정> 동영상 못 본 분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까요?

◆ 김성수> 그렇게 길지 않은 동영상인데요. 영결식장 전경을 담고 난 다음에, 바로 어린이 합창단을 주목합니다. 그래서 어린이합창단원들이 주변에 어른들은 꽁꽁 외투를 뒤집어쓰고 무릎담요까지 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얇은 옷 하나로 추위에 덜덜 떨면서 입술이 새파래져 가면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것을 얼마 동안 기다렸대요, 대기를.

◆ 김성수> 대략 영결식 전체 시간이 2시간 정도 됐고요. 그중에서 1시간 정도 된 시점에 무릎담요가 제공이 되고 여전히 무릎담요 이외에는 외투를 걸칠 수가 없는 상태가 계속 됐으니까, 사실상 2시간 내내 그런 상황이 방치됐다고 볼 수가 있고요. 그래서 지금 한 부모로 추정되는 트위터 이용자의 글이 1600건의 트윗이 어제까지 있었어요.

◇ 김현정> 무슨 내용입니까?

◆ 김성수> 인솔자와 학부모 모두 점퍼와 담요를 요청했지만 주최측이 카메라에 잡히면 안 된다는 이유로 몇 차례 거절했고, 아이들은 행사가 끝나고 몸이 굳어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눈물까지 흘렸다라고 현장 후기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것 때문에 더더욱 많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던 상황이었고요. 실제로 이 현장에 체감온도가 영하 5도가 넘었고요. 그래서 어른들의 경우에는 전부 몸에 두를 수 있는 것을 전부 두르고 영결식에 참석하는 것이었고, 대통령께서는 건강을 이유로 아예 참석을 안 하셨죠.

◇ 김현정> 여론이 시끌시끌했습니다. 어떤 반응들이 있었죠?

◆ 김성수> 기본적으로 이제 언론사들은 전부 비난을 했었고요. 그리고 누리꾼들의 반응들이 참 특별했는데, 누리꾼들은 이 모습에서 세월호 참사를 연상을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 김현정> 세월호 참사까지 연상이 됐다고요?

◆ 김성수> 실제로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에 고스란히 따랐기 때문이죠. 그리고 아동학대다, 인권침해다, 이런 지적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제가 찾아봤거든요. UN협약, 아동국제협약에 있습니다. 여기에 91년부터 우리나라가 가입되어 있는데 여기 3조 1항이 공공 또는 민간사회복지기관, 법원행정당국 또는 헌법적 이익에 실시되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된다고 지적이 돼 있으니까요. 이것도 어겨졌고, 37조 1항에서도 역시 건강이나 신체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노동은 시켜서는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유가족 측하고 국가장 준비했던 행정자치부가 사과를 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할 점, 되돌아봐야 할 지점들이 분명히 있죠.

◆ 김성수> 그렇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이렇게 공무원들에 의해서, 제가 또 공공기관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더 자세히 알지만, 이런 어린이 합창단 같은 산하단체들을 막 이용을 합니다. 그리고 특히나 어린이들 같은 경우에는 여기 합창단에 계속 머물러 있었을 때 더욱 더 도움이 된다고 하는 생각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고. 아예 이런 행사에서는 그냥 도구취급을 당한 거죠. 오브제 취급을 당한 겁니다.

원래 이 행사를 만약에 문화회관이나 문화재단 같은 데서 운영했다면 좀 달랐을 거라고 봐요. 왜냐하면 공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대기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오는 동선을 마련을 해줬을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런 배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큰 문제가 된 것이고.

◇ 김현정> 그런 배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도구로, 오브제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신다는 거예요.

◆ 김성수> 이런 부분들을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매뉴얼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매뉴얼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의전을 위한 매뉴얼들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행사 참여자들, 특히 아이들이었을 때 어떤 대접들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전무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문화적으로 굉장히 낙후되어 있고. 특히나 아동에 대한 인권에 대한 기본적으로 인식이 제고되어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요. 더 나아가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이런 인권의 후퇴를 보여주고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해서 누리꾼들이 더욱 더 화를 내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행자부의 의전은 높은 사람한테만 하는 게 아니고 이런 어린 아이들, 가장 약자에게 더 필요했던 게 아닌가 저는 이런 생각이 들고. 어떻게 보면 소소해 보이는 이 해프닝가지고 뭣들 그러느냐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게 작은 해프닝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순간, 우리는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잃는 거 아니겠습니까?

◆ 김성수>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성인합창단이나 혹은 아이돌 스타였다면 이런 대접을 받았을 리가 없겠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이 사회에서 너무 사회적 약자와 소수들,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막 대하고 있는 풍토가 굳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오늘 짚어봤습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 고맙습니다.

◆ 김성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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