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수 (문화평론가)
지난주 가장 큰 화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였죠. 참 여러 가지 관련 뉴스와 동영상들이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린 동영상은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노래 부른 어린이합창단 동영상이었습니다. 단 이틀 만에 300만 뷰가 돌파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된 이 동영상. 보신 분들 계시겠지만 어린이합창단원들이 눈 내리는 매서운 한파 속에 얇은 단복 하나만 입고 온몸을 바들바들 떠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보여주기 행사를 위해서 아이들한테 외투 하나, 담요 하나 없이 추위 속에서 떨게 한 것이 아니냐… 주말 내내 여론 뭇매가 이어졌는데요. 그야말로 이 화제의 동영상에서 우리가 짚고 가야 할 부분은 뭔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짚어봅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성수 씨, 안녕하세요.
◆ 김성수> 안녕하세요. 김성수입니다.
◇ 김현정> 동영상 못 본 분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까요?
◆ 김성수> 그렇게 길지 않은 동영상인데요. 영결식장 전경을 담고 난 다음에, 바로 어린이 합창단을 주목합니다. 그래서 어린이합창단원들이 주변에 어른들은 꽁꽁 외투를 뒤집어쓰고 무릎담요까지 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얇은 옷 하나로 추위에 덜덜 떨면서 입술이 새파래져 가면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모습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것을 얼마 동안 기다렸대요, 대기를.
◇ 김현정> 무슨 내용입니까?
◆ 김성수> 인솔자와 학부모 모두 점퍼와 담요를 요청했지만 주최측이 카메라에 잡히면 안 된다는 이유로 몇 차례 거절했고, 아이들은 행사가 끝나고 몸이 굳어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로 눈물까지 흘렸다라고 현장 후기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것 때문에 더더욱 많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던 상황이었고요. 실제로 이 현장에 체감온도가 영하 5도가 넘었고요. 그래서 어른들의 경우에는 전부 몸에 두를 수 있는 것을 전부 두르고 영결식에 참석하는 것이었고, 대통령께서는 건강을 이유로 아예 참석을 안 하셨죠.
◇ 김현정> 여론이 시끌시끌했습니다. 어떤 반응들이 있었죠?
◆ 김성수> 기본적으로 이제 언론사들은 전부 비난을 했었고요. 그리고 누리꾼들의 반응들이 참 특별했는데, 누리꾼들은 이 모습에서 세월호 참사를 연상을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 김현정> 세월호 참사까지 연상이 됐다고요?
◇ 김현정> 유가족 측하고 국가장 준비했던 행정자치부가 사과를 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이번 사태로 우리 사회가 돌아봐야 할 점, 되돌아봐야 할 지점들이 분명히 있죠.
◆ 김성수> 그렇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이렇게 공무원들에 의해서, 제가 또 공공기관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더 자세히 알지만, 이런 어린이 합창단 같은 산하단체들을 막 이용을 합니다. 그리고 특히나 어린이들 같은 경우에는 여기 합창단에 계속 머물러 있었을 때 더욱 더 도움이 된다고 하는 생각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고. 아예 이런 행사에서는 그냥 도구취급을 당한 거죠. 오브제 취급을 당한 겁니다.
원래 이 행사를 만약에 문화회관이나 문화재단 같은 데서 운영했다면 좀 달랐을 거라고 봐요. 왜냐하면 공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대기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오는 동선을 마련을 해줬을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런 배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큰 문제가 된 것이고.
◇ 김현정> 그런 배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도구로, 오브제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신다는 거예요.
◆ 김성수> 이런 부분들을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매뉴얼들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매뉴얼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의전을 위한 매뉴얼들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행사 참여자들, 특히 아이들이었을 때 어떤 대접들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전무하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문화적으로 굉장히 낙후되어 있고. 특히나 아동에 대한 인권에 대한 기본적으로 인식이 제고되어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요. 더 나아가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이런 인권의 후퇴를 보여주고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해서 누리꾼들이 더욱 더 화를 내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행자부의 의전은 높은 사람한테만 하는 게 아니고 이런 어린 아이들, 가장 약자에게 더 필요했던 게 아닌가 저는 이런 생각이 들고. 어떻게 보면 소소해 보이는 이 해프닝가지고 뭣들 그러느냐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게 작은 해프닝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순간, 우리는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잃는 거 아니겠습니까?
◆ 김성수> 그렇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성인합창단이나 혹은 아이돌 스타였다면 이런 대접을 받았을 리가 없겠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이 사회에서 너무 사회적 약자와 소수들,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막 대하고 있는 풍토가 굳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오늘 짚어봤습니다. 문화평론가 김성수 씨, 고맙습니다.
◆ 김성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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