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가 뭐예요? '내부자들', '청불'이라 더 강하다

11월이 극장가 비수기라는 말도 무색하다. 영화 '내부자들'과 '검은 사제들'이 각기 400만 관객과 500만 관객 돌파에 시동을 걸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내부자들'은 11월 마지막 주 주말(27일~29일) 동안 358만9,474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검은 사제들' 역시 같은 기간, 누적관객수 490만5,671명을 기록했다.

'내부자들'과 '검은 사제들'은 지난 여름 영화 '암살'과 '베테랑'처럼 독보적인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내부자들'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장기 흥행을 예고했다.

12월 성수기를 노리고 나온 '대호', '히말라야' 등의 개봉까지는 아직 2주 이상이 남아 있다. 그 동안 미국 아카데미에서 주목 받은 외화들이 개봉하기는 하지만 이미 박스오피스에서 자리 잡은 이들의 흥행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소년 관람불가(이하 '청불') 등급인 영화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내부자들'의 강세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한국 영화와 외화를 통틀어 역대 400만을 돌파한 '청불' 영화는 9개밖에 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내부자들'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은 아니다. 배우 이병헌이 지난해 휘말렸던 50억 협박사건의 주요 쟁점이 불륜 논란이었기 때문에 일부 관객들의 반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병헌이 조승우, 백윤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몰입감 높은 연기 합을 보여준 탓에 이 같은 우려는 불식됐다. '베테랑' 보다 조금 더 깊이 사회 권력층의 현실을 파헤치고 통쾌하게 복수한 탓에 관객들의 호감이 작용한 이유도 컸다.

비록 박스오피스 2위로 밀려나긴 했지만 '검은 사제들' 역시 흥행 불씨가 좀처럼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검은 사제들'은 이번 주말에도 2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한 저력을 뽐냈다.

영화는 '내부자들'보다 좀 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검은 사제들'을 향한 뜨거운 열기가 단순히 배우 강동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과 김윤석의 조합 그리고 '엑소시즘'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가 10대~20대 관객들을 제대로 끌어 당기고 있는 것이다.

'검은 사제들'은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의 입봉작이다. 장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구마예식을 '업'으로 삼게 되는 두 신부, 즉 비주류가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를 그려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 내려 노력했다.

여성 배우들을 전면에 앞세운 영화들도 지난 25일 개봉했다.

사회 초년생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와 판소리 여류 명창 진채선의 일대기를 다룬 '도리화가'는 각각 배우 박보영과 미쓰에이 수지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작품이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22만5,205명, '도리화가'는 13만8,068명의 관객들을 주말 동안 모았지만 1·2위 영화들과는 큰 격차로 박스오피스 3·4위에 올랐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내부자들'과 '검은 사제들'의 최종 스코어를 각기 600만 초반대와 530만 관객으로 예상했다. 본격적으로 성수기가 시작되는 12월이 변수다.

김 분석가는 "12월에 대작 외화들이 많이 개봉해, 이것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내부자들'은 '청불'이기 때문에 더 잘될 것이다. '청불' 영화가 예년에 비해 4~5% 정도 감소했는데 상반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흥행 결과(600만 돌파)를 보면 관객들이 이 같은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개봉하는 '청불' 영화들을 보면 피비린내가 날 정도로 잔혹한 영화들이 많은데 '내부자들'은 노골적으로 잔혹한 곳까지 가려고 하다가도 멈춰서 보는 게 편하다. 그래서 여자 성인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는 영화"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변수로 점쳐졌던 이병헌 사건의 경우 "이미 1년 가까이 지났고,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돈을 지불하고 보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가 1순위가 아니다. 선택하고 돈을 지불한 사람들은 영화가 좋으면 평도 좋을 수밖에 없다. 미팅과 소개팅의 차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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