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공격으로 89명이 사망한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 건물(오른쪽)과 맞은편 상점 유리창(왼쪽)에 남아있는 총탄 흔적 (사진=장규석 기자) 유리창에 난 선명한 총탄 자국이 여전했다. 무려 89명이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극장, 그 맞은 편 상점 유리창까지 총탄이 날아들었다. 테러발생 이후 2주가 훌쩍 지나 방문했지만, 11월 13일 그날의 상황은 건물에 새겨진 무차별 총격의 흔적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바타클랑 극장 인근에서는 수십명의 경찰들이 경계를 펼쳤고, 문이 닫힌 극장 앞은 물론 맞은편 거리까지 추모인파가 놓고 간 꽃과 촛불이 가득했다. 무차별 테러 공격이 감행된 프티 캉포주 식당과 르 칼리옹 바도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대신 수많은 촛불이 추모인파를 맞았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테러 장소를 찾아 촛불을 켜고 헌화를 하면서 사망자들을 기리는 모습이었다.
테러 공격으로 4명이 사망한 프티 캉포주 식당 앞. 사망자를 추모하는 꽃과 촛불이 가득하다. (사진= 장규석 기자) 대표 추모장소인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도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빼곡이 쌓여 있는 꽃과 촛불, 메시지들 사이로 ‘MEME PAS PEUR'(두렵지 않다)라는 글귀가 펄럭였다. 테러리즘에 굴하지 않겠다는 파리지앵들의 의지가 읽혔다. 그동안 꺼져있던 샹젤리제 거리 가로수의 크리스마스 장식에도 다시 불이 들어왔다.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인 추모인파들. MEME PAS PEUR(두렵지 않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사진=장규석) 그러나 테러의 충격과 긴장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30일 개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총회에 무려 150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면서, 파리의 보안 수준도 유례없이 높아졌다. 29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인 30일 오후 9시까지 파리 북부 외곽 고속도로인 A1 고속도로가 아예 폐쇄됐고, 정상회의장이 있는 ‘르 부르제’ 공항 인근에는 개인 차량은 물론 택시의 접근도 금지됐다.
고속도로와 주요도로가 통제되니 파리 시민들에게는 아예 차량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협조요청이 전달됐다. 때문에 교통정체로 악명이 높은 파리였지만 이날만큼은 도로가 매우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30일 파리 시내의 차량통행량은 평소의 10% 수준이었다고 한다. 테러가 없었다면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었을 것이라고 안내하던 가이드가 말했다.
도로 폐쇄 조치로 텅빈 파리의 A1 고속도로. 그 위로 무장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진=장규석 기자) 기자단이 타고 온 버스조차도 회의장으로 접근이 허락이 안 됐다. 대표단 비표가 있었음에도 출입이 허용이 안 돼, 무려 20여분 넘게 걸어서 회의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회의장으로 가는 길목 길목에는 무장 경찰이 배치돼 있었고, 회의장 주변 언덕에는 군 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150명이 넘는 세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인 것도 있었지만, 13일의 테러 공격이 없었다면 이처럼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계 태세는 없었을 것이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과 지구 온난화와의 전쟁, 그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갈등에 기름을 부을 것이며, 그 때문에 세계 평화는 위험에 처해있다”고 역설했다. 테러리즘과 기후변화가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관련기사 참조:
타들어가는 비옥한 초승달지대…기후변화가 전쟁을 불렀다.)
테러 피해를 입은 파리, 그곳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협약 총회의 의미가 그래서 더 각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