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의 수뇌진이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는 점에서는 '안정'이지만 1960년대 출생, 80년 학번들을 그룹의 전면에 배치시켜 세대교체의 초석을 놓은 건 '개혁과 변화 색채'를 드러내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장 승진자 6명과 대표부사장 1명 등 승진대상자 7명 가운데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1957년 생)과 성열우 미래전략실 법무팀장(1959년 생)을 제외한 5명이 60년대생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 61년생, 고한승 바오이에피스 사장 63년생, 한인규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 60년생, 정현호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60년생, 차문중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이사 부사장 61년생이다. 대학 학번으로는 79~83학번까지 퍼져 있어 경제계에서도 이른바 386세대가 주류세력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관계자는 1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0년대(출생) 사장이 쏟아져 나온 것을 보면 그 자체로 세대가 바뀌는 느낌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3세 경영체제의 정점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이재용 부회장(1968년 생)과는 같은 60년대 생, 80년대 학번으로 현 삼성그룹 수뇌부 보다 정서적 공감대가 넓을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새롭게 사장단에 진입한 임원들은 대부분 서울대와 영·미지역 대학원 유학파로 학맥에서도 이재용 부회장과 동질감이 높다.
이번 인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사실상 그룹내에서 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아버지 이건희 회장시대의 가신으로 분류되는 현 사장단을 유임한 배경이다.
첫째 최근들어 정보통신분야 사업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2016년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룹 경영권을 보수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수 있다. 화학분야를 처분하고 사업재편을 가속화하는 와중에서 그룹 컨트롤타워에 너무 큰 변화를 줄 경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전자 재편, 바이오사업 런칭 등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커다란 결정들이 현 미래전략실 체제에서 내려졌고 2015년 악조건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좋은 실적을 이어간데 대한 논공행상의 성격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승계와 체제개편에 가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장수를 교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을 스마트카를 포함한 전자와 바이오, 금융 중심으로 이끌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추진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