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아, 이러다간 ‘추풍낙엽’ 된다

미셸 몽테뉴는 그 유명한 수상록에서 “자기 생각에 흥분해서 고집을 부릴 때에 그 사람이 얼마만큼 어리석은가가 드러난다”고 설파했다. 마치 고집과 아집, 독선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한 독설 같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3일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겠다”며 비주류를 향한 선전포고를 했다. 결사항전의 의지 표현으로 친노·친문 세력과 지지자들의 결집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노린 것이자 비노·비주류 의원들에겐 ‘낙천’이나 ‘공천 학살’이라는 공포감을 갖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양수겸장으로 문재인 중심 당을 확실히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친노와 친문 인사들로 똘똘 뭉친 야당을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문 대표는 안철수 의원 측과 비주류의 반발이 거센 4일엔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10개 혁신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3일 기자회견에서 수용 입장을 밝혔으면 명분이라도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 측에서는 늦었다고 말한다.

문재인 대표가 의도하는 길로 가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떻게 되는지가 야당 혼란의 핵심이자 관전 포인트다.


문 대표 주변 인사들은 사석에서 ‘비노 인사들이 탈당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의원과 비노 측 의원들이 탈당하면 주류 측이 바라던 대로 될 수 있다. 하지만 비노 의원들은 아직은 그런 결행을 하지 않으려 한다. 비주류는 당무거부와 당직사퇴 카드를 던지며 단계적인 압박작전을 펼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탈당을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에 하는 것이지 지금은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혁신전당대회를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탈당 명분 축적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 측도 혁신전대를 거듭 촉구할 공산이 크다.

문재인의 마이웨이냐, 안철수의 혁신전대냐의 대결로 가는 형국이다. 문재인의 구심력 대 안철수의 원심력 간의 전면전이다. 현재는 문의 구심력이 좀 더 세다. 따르는 의원들도 많다. 당의 중심이 흔들릴 뿐 문 체제가 무너질 상황으로 내몰리는 않았다.

그렇다고 안철수의 원심력을 제압할 만큼의 기세가 높은 것은 아니다. 안철수 의원이 지금은 문재인 대표와 일대일 대결을 벌이고 있으나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김부겸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 박지원 의원에, 호남세까지 가세할 경우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게 된다. 자칫 밀릴 수도 있다.

대국민 여론이 가장 큰 변수다. 특히 호남 여론이 절대적이다. 정당이란 여론을 먹고 살고 정치인은 지지도가 버팀목이다. 호남에서 문을 선택하느냐, 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일단 갈린다. 호남이 문 대표에게 기회를 더 주자고 하면 문 대표는 그가 원하는 대로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낼 수 있다. 그럴 개연성보다는 ‘문은 아니야’라는 작금의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호남의 비문재인 여론은 결정적 전환점이 마련되지 않는 한 친문재인 입장으로 돌아설 가망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 호남 출신 의원은 “문 대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기에 호남 의원들이 문 대표에게 물러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 행보를 주목하는 한 가지는 그의 인재영입위원장 역할이다. 명망가나 참신한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혼란한 당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면 모를까. 그렇지 못하면 점점 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운동권 출신이나 시민단체 출신들의 영입은 문 대표나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미지 제고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 낭인들로서 현 친노·주류측 의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념적 색채가 비슷해선 당의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는데 역효과를 부를 뿐이다. 인재 영입이야말로 문 대표에겐 아주 버거운 일이다. 괜찮은 인물들이 공천도, 당선도 불투명한 당에 문을 두드릴지 의문이다. 그저 그런 인물들이거나 같은 ‘숙주’에서 자란 사람들은 언론에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문 대표 시련의 크기와 강도는 시간과 상관관계가 깊다. 당의 분란을 조기에 잠재우지 못하고 상처 난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좌고우면하는 의원들의 이탈이 늘어날 것이다. 중진 의원들도 지금은 ‘문 대표 중심으로...’라고 외치지만 혼란이 지속되고 문 대표와 당 지지율이 정체 상태를 빚거나 추락하면 ‘문 대표로는 안 되겠네’라고 돌아설 것이다. 문 대표 측근들이 문 대표를 부여잡는다고 할지라도 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표 체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는 중도 성향의 수도권 의원들과 운동권 출신들이다. 그들은 지금은 문 대표의 우군이다. 문 대표가 밀리거나 여론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것 같으면 그들도 발을 뺄 것이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결전이 한쪽의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당은 이미 골병이 들었다. 대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회복 불능상태로 치닫는다.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오만한 야당으로 자리매김됐다. 교만은 항상 상당량의 어리석음과 결부되어 있듯이 거만한 야당 의원들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총질을 해댔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대표도 한 지붕 아래에서 살기 어려워 보인다. 양측은 선은 넘었다. “오만한 가슴에는 우정이 싹트지 않는다”고 한 괴테의 말이 유난히 크게 들린다.

중재도 쉽지 않다. 주류와 비주류의 중재를 모색해온 일부 중진들도 양측의 갈등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라고 말한다.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비상대책위원회라는 틀로 두 사람의 갈등을 봉합한다고 해서 이 난국을 벗어날 것 같지 않다. 미봉책은 선거 패배를 막을 묘책이 못 된다.

한 사람이 물러난다고 분열 사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문이 사퇴하면 친노가 등을 돌리고, 안과 비주류가 죽으면 비노와 호남이 고개를 돌린다. 한쪽의 소멸은 또 다른 분란의 소리없는 시작이다. 그렇다고 적당히 얼버무리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의 표심 결과는 언제나 현명했다. 당대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했다.

현재의 민심이 내년 4월까지 이어질 경우 수도권의 어느 누구도 살아 남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야당 의원 모두의 위기다. ‘나는 살겠지’라는 배타적 안도감은 나를 포함한 모두의 낙선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일본 민주당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정통 야당 새정치연합이 최악의 전례없는 참패를 맛볼 확률이 전혀 없지 않는 2016년 4월이다.

개헌저지선(100석)이라도 건지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계파 정치를 주도하고 그런 분열 정치에 찌든 세대가 전략적인 후퇴를 하는 것 밖에 답이 없어 보인다. 이것을 세대교체라고 한다면 지도부 세대교체를 뜻한다. 그들의 공천까지 박탈하는 세대교체는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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