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여당 지도부가 노동 관련 법안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등의 ‘직권상정’ 을 요청한 자리에서 선거구 획정 관련 논의가 나오자 “양보하라”고 압박했다.
원유철 원내대표가 먼저 “선거구 획정 협상 관련, 의장이 9일까지 하라고 해서 저희가 만났는데 그 협상도 결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형님이라고 볼 수 있는 여당이 너무 당리(당의 이익)에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은 뒤 “만약 이것(협상)이 성사되지 않아 245석(지역구) 대 54석(비례대표),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가면 일대 혼란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정 의장은 ‘쓰나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12월15일(총선 예비후보 등록일)까지 할 수 있게 성찰하라”고 촉구했다.
선거구 획정 협상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간 비율 문제에서 여당이 ‘비례대표 축소를 통한 지역구 늘리기’ 혹은 ‘현행 그대로’ 등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발언이다.
야당은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주장에 대해 비례성 축소를 상쇄할 권역별 비례제 혹은 ‘균형의석제’ 등이 필요하다며 대립 중이다.
정 의장이 지적이 나오자 원 원내대표는 “총선 룰은 양보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 공정성의 문제”라며 형님론(論)을 일축했다.
공개석상에서 국회의장과 여당 지도부가 연이어 상대방에 반대의견을 던지며 설전(舌戰)을 벌이는 장면은 좀처럼 나오기 힘든 장면이다.
원 원내대표의 해명 발언이 계속 이어지자, 정 의장은 중간 중간 말끝을 자르며 “더 이상 말 안 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말을 자르고 자리를 뜨려 하자 이번에는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나서 “선거구 획정 관련 의장이 하실 것이 많다”고 한 술 더 떠 의장을 압박했다.
이에 정 의장은 농담 반 진담 반인 듯 “많으면 그것을 메모해서 나한테 정리해서 줘”라고 일축했다. 그러자 조 원내수석부대표도 물러서지 않고, “12월 15일까지가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기간”이라며 “(의장이) ‘내가 (활동기한을) 연기 안 하겠다’고 하면 그 안에 어떻게든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나서 야당을 압박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러자 이번에 정 의장이 “연장 안 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느냐”고 맞받아친 뒤 자리를 떴다.
국회 관계자는 정 의장이 급히 자리를 떠난 이유에 대해 “부산에 상가(喪家)에 가야 하는 일정이 있었다”라며 의장과 여당 지도부 간 갈등설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