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보들아, 클린턴·오바마 키워낸 美민주당 봐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사진=윤성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나아가 야당은 내년 선거를 결코 못 이긴다. 어떤 수단·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새누리당을 꺾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참패할 개연성이 농후하다.

현역 의원 50% 이상을 물갈이하는 대대적인 인적 교체를 단행한다면 그나마 선방할 수 있을까, 역대 최악의 선거가 될 것이다. 그런데 현역 의원 20% 물갈이라는 혁신위원회안을 놓고서도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으니 그들이 승리한다는 건 ‘연목구어’에 다름 아니다. 지금은 지역구 인기가 상당한 중진 또는 스타 의원들조차도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진들과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까지 이대로는 안 된다며 비대위원회라는 돌파구를 찾고 나선 것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다고 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그렇게라도 하려는 모습이 가상하다. 이런 형태는 갈수록 도를 더할 것이다.

야당은 여전히 민심의 쓰나미를 앞두고 생존의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원회를 구성해 얼기설기 봉합하자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11일 3선 이상 중진 의원 14명은 “문·안이 협력하는 가운데 조속히 비대위를 구성하라”는 등의 3개항을 주문했다.

문재인 대표 측은 즉각 반발했다. 문 대표의 '신(新)복심'으로 꼽히는 최재성 본부장은 중진의원들의 기자간담회 자리에 예고없이 참석해 면전에서 중진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 안철수 비대위 참여 쉽지 않을듯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특히 안철수 의원도 문·안 비대위 체제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혁신전대를 받지 않으면 결단하겠다”고 선언해놓고 비대위원 참여 쪽으로 결론 낸다면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미래는 무엇으로 담보하는가? 내년 총선 때까지는 안철수 의원이 필요한 현역 의원들에게는 안철수 의원의 ‘회군’이 더없이 반가운 일이겠으나 국민에겐 권력투쟁의 정치인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칼을 뺐으면 두부라도 잘라야지 도로 칼집에 꽂아 넣는다고 비아냥거릴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돌아올 틈새를 스스로 막아버렸다.

새정치연합에겐 그 어떤 방안도 당장은 묘책이 되지 않는다. 반성과 양보, 희생을 할 뜻이 전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미국 민주당에서 배워라

(왼쪽부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사진=플리커, 황진환 기자)
그래서 미국 민주당이 총체적인 난국에 처한 새정치민주연합에 지침서를 제공한다. 존립을 위한 벤치마킹.

미 민주당은 지난 1992년 대통령 선거도 가망이 없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이길 만한 마땅한 후보감이 보이지 않았다. 레이건·부시 대통령 시대 12년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걸출한 인물이 드물었다. 미 민주당 원로·중진그룹은 고민에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찾아낸 인물이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였다. 그들은 40대 초반의 나이에 훤칠한 외모를 가진 클린턴이야말로 미국 민주당을, 보수화된 미국을 바꿀 인물이라는 적임자로 추켜세웠다.

클린턴의 선거운동은 반성으로부터 시작됐다. 민주당 정책의 혼선과 진보 지향적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반성했다. 바로 뉴민주당 플랜을 가동했다. 중도주의 노선을 지향하며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과 미국의 소수파인 흑인과 히스패닉계에게 다가갔다. 보수와 진보, 흑백, 백인과 히스패닉계로 갈린 갈등과 분열을 ‘통합’으로 극복하자고 부르짖었다. 이와 함께 “바보들아, 문제는 경제야”라는 선거 캠페인으로 미국을 뒤흔들었다. 클린턴은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가장 영향력이 큰 전직 대통령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미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돼 내년 11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1등 공신은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일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베트남 전쟁 영웅 존 매케인공화당 후보를 제압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감이 없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스스로 손을 들었으나 보수적인 국가인 미국에서 여성이, 그것도 전직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이 된다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 버락 오바마였다.

미국 민주당(존 케리 후보 측)은 2004년 7월 27일 대선 후보 추대를 위한 전당대회 기조 연설자로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을 등장시켰다. 중앙 정치무대 경력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연방 상원의원도, 하원의원도, 현직 주지사도 아닌 주 상원의원을 기조 연설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특혜다. 당시 미 CNN 방송은 “후보인 존 케리가 아닌 오바마를 위한 전당대회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오바마는 혜성처럼 나타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오바마는 기조 연설에서 “우리의 자부심은 군사력이나 고층 빌딩이 아니라 200년 전에 독립선언서에 근거한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 창조주에 의하여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것. 그중에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진정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이 연설을 통해 장래가 촉망되는 스타 정치인 반열에 올랐다. 그해 11월에 실시된 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워싱턴 정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언론으로부터 초선임에도 다선 의원 같은 대우를 받았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눌렀고, 대선에서 매케인을 따돌리고 흑인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철수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개혁과 사회 복지 정책 등을 소신있게 밀고 나갔다.

클린턴 전대통령·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미 민주당의 새인물 찾기 일환으로 이뤄진 세대교체였다. 정치·사회·경제·안보를 포함한 국제사회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안목을 가진 민주당 당원들의 혜안이 아니고선 클린턴과 오바마 미 대통령은 나올 수 없었다.

클린턴과 오바마는 발굴된 지도자들이다. 당이 키워낸 대통령들이라는 얘기다.

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공화당이 만들어낸 급조된 대통령이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체니 전 부통령과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등 미 네오콘들이 클린턴 8년과 후계자인 앨 고어로부터 정권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 차원에서 텍사스 주지사인 부시를 후보로 추대해 성공했다.

◇ 주요 정치 선진국들 대부분이 인물을 발굴해 키운다

미국도, 영국도, 캐나다도, 일본의 정당들도 끊임없는 인재를 육성, 발굴한다. 우리의 야당만 대통령 후보를 키울 생각은 않고 밖에서 모셔오려고 한다. 텔레비젼 예능 프로그램이 급조해낸 정치 초년병들을 내세웠다. 번번이 패하는 길만을 선택한다.

우리의 야당은 지도자감을 볼 줄 아는 안목도, 통찰력도, 예지력도, 지도자를 키울만한 능력이나 희생 정신도 없다. 특히 야당 지도자들에겐 그런 고민과 역량이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오직 나만의 당선과 내 계파들만 잘되면 됐지, 다른 계파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더욱이 차세대 인물로 키워 야당의 지도자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구상은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당 지도자들은 지도자들끼리 서로 ‘내가 잘났다’고 싸움질을 하고, 중진들은 중진들대로 자기 생존만을 위한 수구적인 태도를 보이며, 초재선들은 계파 전위부대가 돼 서로 총질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면 지나친 폄훼일까?

“공천의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발언을 못했다”는 이언주 의원과 정호준, 권은희 의원의 10일 ‘세대교체 리더십’ 관련 고백은 오히려 솔직하다. 이들 의원들은 “당 지도부 세대교체론의 불을 이제 선배님들께서는 당의 문제를 온몸으로 해결하는데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면서 “세대교체형 리더십을 창출합시다”라고 외쳤다.

그들의 절박함은 지금은 무모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은 당지도부나 중진 의원들 편이 아닐 것이다. 야당의 현재와 내일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그것’ 밖에 없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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